[문무학의 문화읽기] 딤프, 점프, 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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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3


18일간 대구 달군 딤프 끝나

‘외솔’이라는 작품 특히 관심

지역 홍보와 애향심 등 고취

뮤지컬에 대한 또다른 기대

北으로 점프해 공연했으면…

열두 번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9일 밤 ‘딤프 어워즈’로 마무리되었다. 8개국 스물 네 작품이 18일간에 걸쳐 음악창의도시 대구를 뜨겁게 달구었다. ‘딤프 어워즈’에서 딤프가 점프(Jump)를 했다는, 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들렸다. 필자는 거기에다가 ‘님프’(Nymph)라는 단어 하나를 더 잇고 싶다. 님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妖精)의 총칭이다. ‘딤프가 점프해서 대구에 님프를 모셔왔다’는 문장 하나를 쓰고 싶다. 님프는 신화 속에서 일반적으로 아름답고 젊은 아가씨들이며 춤과 음악을 즐기는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님프는 대체로 인간에게 호의적이고 시인에게 영감을 주거나 예언 능력을 주기도 한다. 또한 들에 꽃을 피게 하고 목축을 돕기도 하며 우물에 약효를 주는 힘이 있다. 그래서 각지에 님프의 사당이 세워지고 님프의 거처로 여겨지는 동굴은 신성한 장소로 숭배되었다. 이런 의미들을 딤프와 이리저리 연결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스물네 편의 작품이 공연됐는데 필자는 ‘외솔’을 주목했다. ‘외솔’이란 작품명은 최현배 선생의 호다. 호는 보통 한자로 짓는 것이 많지만,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은 이렇게 한글로 지었다. ‘홀로 우뚝 선 소나무’, 그것이 가진 상징은 매우 넓고 크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한글 사랑에 대한 신념을 세우고 ‘우리말큰사전’의 편찬을 이끈 한글학자이며 독립운동가였던 ‘외솔 최현배’ 선생의 삶을 소재로 했다. 그야말로 외솔로 우뚝 선 삶이었다.

주목한 첫째 이유는 한글학자의 삶을 다룬 작품이라는 데 있다. 한글로 삶을 꾸려가는 사람이 한글학자의 삶을 다룬 작품을 보지 않는 것은 한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이 작품이 제12회 딤프의 특별 공연작으로 울산시와 외솔뮤지컬컴퍼니가 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방 도시에서 뮤지컬을 제작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인데, 딤프에 특별공연작으로 초청될 정도로 성공한 것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셋째는 엊그제까지 필자가 근무했던 대구 동구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에서 공연했기 때문이다. 무대 장비들을 들여올 때부터 대작이다 싶어 기대를 가졌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놀랐고, 공연을 보고는 더 놀랐다. 인물을 다루는 뮤지컬의 한계를 넘어 재미를 주고 큰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페스티벌을 정리하는 ‘딤프 어워즈’에서 작품 ‘외솔’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딤프 초대 집행위원장이었던 이필동 선생의 호를 딴 ‘아성 크리에티브(특별상)’를 ‘외솔’의 작가 한아름이 받았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참 흐뭇한 일이었다. 딤프가 초대 집행위원장의 호를 따 상을 만든 것도 매우 인상적인 일이다. 문화계가 이런 전통을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울산시가 만든 작품이, 지역출신 인물을 홍보하기도 하고 도시 이미지를 제고시킨 것은 여간 의미 있는 일이 아니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하여 만든 뮤지컬이 많다. 공연수익금이 제작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지타산만을 따질 일은 아니다. 지역 홍보와 지역민들의 애향심과 자긍심 고취, 교육적인 면 등 그 효과가 단순한 수익을 넘어선다. 울산의 경우와 같이 작품성이 뛰어나면 공연 그 자체만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도 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쉬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꿈꾸지도 못할 일은 아니다.

제12회 딤프 기간에 버릴 수 없었던 조금 엉뚱한 생각 하나는 북한 뮤지컬이다.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만약 있다면, 오게 할 수는 없었을까? 없다면, 대구 뮤지컬이 평양에 가서 공연할 수는 없을까? 딤프가 거기까지 점프해서 평양에 님프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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