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경제학으로 바라본 트럼프발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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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3


모든 선진국들의 공업화는

보호무역정책 없인 불가능

2차대전 직전 대공황 원인

자국 중심주의 근현대경제

슬기로운 해법 모색 ‘과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태풍이 세계경제를 뒤엎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직전 선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대공황을 악화시킨 경험을 교훈 삼아 대전 후 자유무역체제 확립을 위해 미국이 주도해서 만든 IMF-GATT 체제, 또 그것을 더욱 공고히 한 1980년대의 WTO 체제, 1997년 동아시아 경제 위기 때 한국 등에 위력을 보인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단일국가를 향한 유럽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영국의 브렉시트와 함께 기존의 경제원칙에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그 대상이 중국뿐만 아니라 북미의 캐나다·멕시코는 물론 유럽 그리고 동아시아의 전통적 동맹국과의 관계도 흔드는 것이어서 외교에 있어서 신뢰와 가치 중심의 국제관계를 벗어난 것이기도 하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지도자 개인의 성향에 따른 것인가 아니면 보다 구조적인 성격을 갖는 것일까? 영국과 미국이 특히 주도해온 경제학의 연구 속에서 그 해석의 단초를 찾아본다.

애초에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A. 스미스는 경제활동에 대한 중세시대의 엄숙주의를 거부하고 인간의 ‘이기심(self-interest)’ 추구를 인정할 것을 주장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는 동시에 ‘도덕감정론’에서 사회의 유지를 위해 ‘공감’이 필수적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그 주장이 처음은 아니고 중상주의 사상가 맨더빌이 ‘꿀벌의 우화’에서 금욕과 절제에 바탕을 둔 중세 기독교 철학을 거부한 뒤였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을 달리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박지원의 ‘양반전’에 비슷하게 나타나 동서양을 막론한 시대 변화의 표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후 근대성이란 곧 합리주의와 개인주의로 해석되어 왔다. 개개인의 행복추구와 자유의지에 대한 존중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그 의의는 결코 적지 않은 것이었다. 시장에서의 교환은 자유의지에 의한 것으로 교환의 쌍방이 이익을 보는 것이며, 그러한 자연법적인 질서가 경제 전반에 균형(안정)과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에 따라 야경국가론과 자유방임주의가 대원칙으로 강조되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노예해방도 노예제도의 비인간성 때문이 아니라 노예와 새롭게 떠오른 ‘자유’ 임금노동자의 유지비용을 비교해 노예제도 폐지를 강조해서 영국에서는 1806년 법률로 노예무역을 금지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1833년 식민지에서의 노예해방이 이뤄졌다. 미국에서 링컨 대통령에 의한 1865년 노예해방을 훨씬 앞서는 것이었다. 식민지 지배에 관해서도 경제주의적 ‘합리적’ 판단에 입각한 논쟁을 벌였다. 스미스 등의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식민지 유지 관리비용을 고려해 식민지를 버리는 것이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제국주의란 자본주의를 주도하는 부르주아들의 교역을 향한 본성과는 맞지 않는 것이며, 영국의 제국주의는 국가권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일부 노예무역업자와 식민지 졸부 등 사적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것이었다고 홉슨과 슘페터 등은 평가했다. 문제는 그러한 시장경제가 순전히 자연적 질서에 의해 형성된 것인가 아니면 인위적 개입에 의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을 비롯한 모든 선진국들의 공업화는 유치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정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며, 미국도 건국 초기 재무장관 해밀턴에 의한 보호무역정책이 19세기까지 계속 이어져서 20세기 와서야 자유무역을 채택했다는 것이다.(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

애초에 자본주의 시장 자체가 직인조례와 구빈법 폐지, 곡물법 철폐, 필의 은행법 등 의회권력의 입법행위에 의해 출현한 것이고, 그런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도 19세기에만 가능했고 결국 20세기에 인간 삶의 보호를 위해 뉴딜과 사민주의 혹은 파시즘 같은 정부 개입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된다.(K. 폴라니 ‘거대한 전환’) 결국 자국 중심주의의 근현대 경제사 속에 우리의 가치 지향을 여하히 슬기롭게 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커다란 과제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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