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술 취한 피해자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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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철희기자
  • 201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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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지난달 26일 대구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준강간 혐의를 받던 피의자 A순경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지난 3월23일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인데, 뜻밖에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에서 무혐의가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A씨는 지인 소개로 만난 여성 B씨를 대구 동구 한 모텔로 데려가 간음했다. 그런데 문제는 B씨가 술에 취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신고한 것이다. 성관계에 동의한 적 없다는 주장이고, 특히 두 사람은 처음 만나 음주 후 모텔에 간 것이어서 A씨에게는 불리한 정황이었다. A씨는 명시적 동의는 없었지만 B씨가 거부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팽팽히 맞섰다. 검찰은 사건의 전체적 과정을 고려할 때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은 아니라고 봤다.

폭행·협박이 있었다면 당연히 강간죄가 성립한다. 폭행·협박이 없었어도 심신상실·항거불능을 이용하면 준강간죄가 된다. 심신상실 상태란 정신기능장애로 정상적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이고, 심신장애라는 생물학적 기초에 제한되지 않는다. 따라서 깊은 잠에 빠진 여성을 간음하면 본죄가 성립하고(대법원 76도3673 판결), 잠든 여성의 옷을 벗긴 후 음부를 만지고 성기를 삽입하려 했다면 동 미수죄다(대법원 99도5187 판결). 완전 무의식 상태뿐만 아니라 정신기능의 이상을 이용해도 본죄에 해당하며, 만취도 원인이 된다. 이러한 심신상실자는 정상적 판단능력이 결여돼 있으므로 성행위를 인식하고 유효한 동의를 할 수 없다. 반면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여 간음하면 폭행에 의한 강간죄가 된다.

한편 항거불능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사유로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경우다(대법원 2009도2001 판결). 의사가 진료를 빙자해 환자를 추행하거나, 교회 노회장이 여신도를 간음·추행할 때에 피해자가 종교적 믿음에 대한 충격 등 정신적 혼란으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경우(위 2009도2001 판결)가 그 예다. 본죄를 부정한 사례로는 병을 낫게 하려는 마음에서 여신도가 목사의 요구에 응했지만, 당시 피고인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보면 피해자는 성행위를 인식했고 항거 곤란 상태가 아니었다. 이 경우는 무죄가 된다(대법원 98도3257 판결).

이번 대구지검 사건의 객관적 증거는 CCTV 영상뿐이었는데, 경찰은 B씨가 걷는 동안 이따금 몸을 가누지 못했다고 보아 만취상태를 인정했지만 검찰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설사 B씨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더라도 A씨가 그런 사정을 알고 이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여성 B씨가 성관계 직후 경찰에 신고해 출동하게 한 점은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사정인데, 검찰이 어떻게 배척했는지 의문이긴 하다.

한편 필자의 최근 변론사례 중 술 취한 피해자의 주장을 배척한 사례로 대구지방법원 2017. 10. 13. 강간상해 무죄(대학생), 대구지검 김천지청 2018. 3. 6. 강제추행 무혐의(택시기사), 대구지검 포항지청 2018. 6. 18. 강제추행 무혐의 사건(경찰)이 있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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