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프로크라테스의 침대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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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2   |  발행일 2018-07-12 제30면   |  수정 2018-10-01
201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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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평가

고대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라테스라는 신이 등장합니다. 그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자신의 동굴에서 재워준다며 초대했는데 침대의 사이즈보다 큰 사람은 넘치는 부위를 절단하고 모자라는 사람은 억지로 키를 늘렸습니다. 당연히 살아서 굴을 나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검찰은 박근혜정부와 이명박정부의 국정원장들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죄목을 들어 그들을 구속하고 기소했습니다. 현재 1심 재판 중이지만 최근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재판을 미궁으로 빠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회에서 사용한 특수활동비의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참여연대의 분석에 의하면 각 당의 원내대표는 월 6천만원씩, 상임위원장은 월 600만원씩 꼬박꼬박 특수활동비를 받아 챙겼습니다. 국회의장이 해외출장을 할 때면 정상적으로 나오는 여행경비 외에 별도의 특수활동비가 수천만원씩 책정되곤 했습니다.

특수활동비란 정보나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말합니다. 국회는 정보나 사건 수사를 행하지 않고 이에 준하는 국가기밀을 생산하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국회 경비에서 특수활동비라는 항목 자체를 없애야겠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불법으로 지출된 국민세금입니다. 검찰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건넨 전직 국정원장들을 뇌물공여죄로 기소한 기준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를 개인 생활비나 자식 과외비로 썼다는 원내대표들을 벌써 기소했어야 합니다. 더군다나 여행경비로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역대 국회의장들, 매월 꼬박꼬박 특수활동비를 개인 급여처럼 받아 챙긴 여야의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들도 기소해야 합니다.

검찰이 지금처럼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어떤 것은 유죄이고 다른 것은 무죄의 잣대를 적용한다면 죽은 권력에는 가혹하고 산 권력에는 비굴하다는 비난, 검찰의 수사와 기소권이 또 하나의 프로크라테스의 침대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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