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다시 대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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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1


김철용 <농업회사법인> 다산 대표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결혼한 대구 사람이다. 현재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농업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5년차 농부다. 2007년 국회의원 비서로 근무하며 이곳과 첫 인연을 맺었다. 10년 남짓 오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대륙을 익히고 있다. 요즘엔 찾는 사람도 늘고 교류의 폭과 깊이도 커지고 있어 흥미롭다.

웅장한 산톄산맥과 유목문화를 즐기는 관광객, 러시아문화를 익히러 온 유학생, 한류열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상인과 한국의 발전경험 요청에 부응하는 정부관계자 등 다양한 그룹이 찾고 있다. 미리 길목을 잡고 있는 덕을 볼 것 같다.

◆중앙아시아의 스위스 키르기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중국 서쪽 국경과 맞대고 있다. 한반도 크기에 인구 600만명의 인구를 가진 국가다. 우리보다 땅은 2배고 인구는 12% 정도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와 관세동맹으로 인구 1억9천만명의 단일시장으로 경제영토는 크다. 까레이스키로 불리는 고려인들도 2만여 명 살고 있고, 교민도 1천여 명 살고 있다. 수도 바슈케크는 해발 700m 정도, 국토의 75%가 해발 1천500m가 넘는다. 국토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톈산산맥의 설산이 공급하는 풍부한 물이 키르기스의 강점이다. 담수량 세계 3위의 수력발전소로 주변국에 전기도 수출하고, 농업용수로도 활용한다. 다양한 섭생이 분포하고 있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큰 가능성 중 하나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민주주주의가 먼저 자리 잡은 국가다.

중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장기집권 중이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독립 당시 초대 대통령이 지금까지 권좌에 있고, 우즈베키스탄은 지난해 초대 대통령 사망으로 두 번째 대통령을 맞이했다. 인근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상황도 비슷하다. 키르기스는 두 차례의 시민혁명을 통해 부패한 권력을 내쫓았고, 지난해는 투표를 통해 정권을 교체했다. 중앙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민주주의 국가다. 키르기스는 여러 면에서 한국과 닮은 꼴이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의 발전경험에 관심이 많다.

◆대구, 다시 대륙으로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다. 외국에서 뉴스를 접하니 뿌듯함과 설렘이 증폭된다. 러시아 사회는 남북협력과 자국과의 교류에 대한 기대를 더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생각의 속도보다 현실이 더 빨리 움직이고 있어 다소 조바심도 생긴다. 오랜 분단으로 섬과 같이 살아온 관성 탓이다. 대륙은 곧 연결될 터이다. 피부로 와닿지 않지만 이미 여러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00년 전 대구는 이미 대륙과 연결된 국제도시였다. 1905년 대구역은 부산보다 먼저 개통돼 만주와 시베리아로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날랐다.

지난달 한 부부 약초전문가 집을 방문했다. 집에 들어섰더니 한국산 기계가 있다며 보여줬다. ‘대구 칠성동’에서 만들어진 감초절단기였다. 어렵게 구했단다. 순간 알싸한 기분이 들었다. 대구에서 만들어진 섬유원단이 이곳 원단도매시장에 좋은 품질로 저가의 중국산과 경쟁하고 있고, 그 원단이 키르기스의 봉제공장에서 옷으로 만들어져 러시아 전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농산물을 수출하고 가공식품을 수입하는 키르기스로선 식품가공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식품 관련 기계류의 본산이 대구였음을 깨달았다. 북성로 공업사의 농기계와 산업기계들이 바로 대륙이 찾고 있는 경험치다. 대구로 유학가는 친구도 늘고, 병원을 찾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대륙은 대구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와 대구사람들이 더 가볍게 대륙에 접속하길 바란다.

선거 때마다 회자되는 지역생산 전국 꼴찌, 젊은이가 떠나는 ‘고담’, 정치적 다양성이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획일화된 도시, 비수도권 지방도시 등과 같은 비아냥은 우물 안에 던져 버리고 대륙을 담자. 대구 사람의 DNA에는 예부터 대륙기질이 다분하다. 내륙도시에서 항구를 건설할 만큼 각 분야에서 한껏 상상하자. 지금 펼쳐지고 있는 남북협력이 잘 돼 대륙시대, 대구의 저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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