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제이블랙까지 <1>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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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0 08:11  |  수정 2018-10-01 15:44  |  발행일 2018-07-10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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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댄스팀 아트지 멤버>

‘스트리트 댄스(Street Dance)’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스트리트 댄스란 1970년대 미국의 힙합문화와 함께 성장한 춤으로 당시 길거리나 파티장 등에서 파생되었으며 현재까지 어느 정도의 형태를 갖추며 지속 및 발전되어 온 몇 가지 춤들을 부르는 말이다. 그 종류로는 힙합, 하우스, 팝핀, 라킹, 와킹, 비보잉, 크럼프, 보깅 등이 있으며 통합하여 스트리트 댄스라고 명칭하나 장르마다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춤이다. 또한 춤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즉흥적으로 추는 ‘프리스타일 댄스’라는 개념이 있어 댄서마다의 스타일이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처음 스트리트 댄스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TV, 비디오 등의 영상 매체를 통해서다. 1960년대 이후 주한미군방송 AFKN의 국내 시청권이 넓어졌으며, 미국의 인기 오락프로그램을 비롯한 영화, 음악방송, 레슬링 등이 방영되었다. 미국 운영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던 AFKN 방송을 통하여 일부 한국인의 문화적 욕구 해갈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조사에 따르면 당시 AFKN방송의 주 시청연령대는 10~20대였다고 한다. 당시 주한미군방송은 국내 언론으로부터 선정성·폭력성·오락성 등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규제가 심한 한국방송을 대신하여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감각 형성과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1980년대 AFKN방송 내 인기프로그램 중 하나인 음악방송 ‘소울트레인(Soul-Train)’은 다양한 댄서들과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되었다. 소울트레인을 통하여 많은 스트리트 댄서들이 출연하였고 한국에서 스트리트 댄스가 전파되도록 한 주요 유입배경 중 하나다. 또한 마이클 잭슨과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며 전 세계적으로 음악, 춤과 관련된 문화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와 같은 힙합가수들의 등장은 힙합음악과 스트리트 댄스를 더욱 대중화하는 역할을 했다. 통 넓은 바지를 입고 형형색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모습으로 랩을 하고 역동적인 힙합 댄스를 추는 이들의 모습은 서구문화의 영향을 받고 자란 X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서구적 가치관과 개성을 지향하고 문화적 변화에 민감한 X세대는 새로운 문화소비의 주역이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패션, 말투, 춤, 노래 등을 따라 했다. 그들의 가치관,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것이 기성세대와 확연하게 달랐고 기성세대들과 많은 마찰을 빚었다. 그때부터 스트리트 댄스를 하위문화로 보는 인식이 생겼다. “저런 춤을 추는 학생들은 불량한 학생” 이라는 말과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 등을 감수해야 했다. 지금의 스트리트 댄스를 바라보는 인식과 비교하면 참 웃픈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 그들을 따라하는 학생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스트리트 댄스가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박혜진 <댄스팀 아트지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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