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진 원장의 건강백세] 극단의 집착, 건강염려증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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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0 07:56  |  수정 2018-10-01 14:05  |  발행일 2018-07-10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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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은 유별나다. 사소한 증상에도 새가슴이 되곤 한다. 히틀러는 대중연설 탓에 목이 늘 쉬어 있어 장차 후두암으로 죽을까봐 공포에 시달렸다.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터에서 돌아왔을 때 심장병에 걸려 돌연사할까봐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무려 54년을 더 살아서 90세까지 장수했다. 이 정도면 걱정도 팔자 아닌가.

건강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체변화에 예민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걱정이 한두 차례 기우로 끝나면 별 문제가 없다. 어느 정도 염려는 오히려 삶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서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걱정이 쌓이면 없던 병도 생기게 마련이다.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근거도 없는 질병의 공포에서 6개월 이상 벗어나지 못한다면 ‘건강염려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건강염려증을 한의학에서는 심기증(心氣症)이라고 한다. 이는 기체(氣滯-기가 순환하지 않고 한 곳에 정체해 있는 병증)로 인해 신체적으로는 건강하거나 신체적 병변의 근거가 지극히 희박한 사람이 건강이나 병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일종의 불안장애이자 강박증인 것이다.

TV를 켜면 명의들이 한목소리로 건강을 예찬한다. 각종 미디어들은 최신 진단장비나 신약을 경쟁하듯 소개하기 바쁘다. 시시콜콜한 질병까지도 속속들이 취재해 새로운 치료법을 봇물처럼 쏟아낸다. 그런데도 건강염려증 환자가 많은 것은 왜일까. 어설픈 정보를 맹신하기 때문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아는 것이 병이 되는 꼴이다.

사람들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면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한다. 사회적 관계의 책임과 의무가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때 ‘신체적 증상’은 훌륭한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환자 역할을 기꺼이 자처한다. 일종의 ‘보호본능’이라는 방어기제가 작동한 셈이다. 과거 경험한 상실감과 분노,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한없이 원망스럽고 못난 자신의 처지 때문에 심리적 속죄의 수단으로 신체적 고통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가 ‘별 문제 없다’고 선언해 버리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그래서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에 의존해보기도 하고 이 의사 저 의사를 찾아 닥터쇼핑을 하면서 걱정의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치료의 관건은 원인인 ‘마음의 염려·불안’을 씻어내는 것이다. 염려하는 까닭은 내 몸이 존재하기 때문. 진정 내 몸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집착의 극단으로부터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한약으로는 간과 심장의 울체된 화를 풀어주고 심장과 간담을 튼튼하게 해 마음을 진정시키는 향부자·치자·황련·시호 등과 같은 약재의 처방이 좋다. 그리고 심·심포경락의 혈(穴)을 취해서 침구(鍼灸)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적절한 취미와 운동은 금상첨화다.

마음이 불안한데 건강한 몸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수성의료재단 영남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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