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부엉이모임’ 논란 재현돼서는 안된다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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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9   |  발행일 2018-07-09 제30면   |  수정 2018-10-01
도전과 집권과정 이너서클
집권후엔 부작용 생길 수도
권력 패권화로 인식될 우려
현 권력도 적폐 조심해야만
과거의 적폐 청산에 힘실려
20180709

논란이 됐던 ‘부엉이 모임’은 일단 해산하기로 한 모양이다. 대통령 주변의 패권적 사조직이 될까봐 우려하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이다. 당사자들은 별거 아닌데 오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경선팀에 참여했던 의원들이 간혹 식사하는 모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모임 당사자들이 정리했다. 오해라는 항변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도 충분히 있다. 권력, 더구나 최고의 권력을 인연으로 갖는 모임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명분이나 조직도 정치권력과의 위치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원칙론’ 기억이 날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원칙론자 박근혜’라고 치켜세웠고, 그 자신도 원칙론자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다. 정권에 도전했던 야당 시절, 그의 원칙론은 신념이고 지조로 보이는 가치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그의 원칙론은 독선이고 고집이었다. 오히려 원칙을 버린 독선이 돼 결국 탄핵에 이른 국정농단의 배경이 됐다.

권력을 바꾸기 위한 도전자들의 결속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더구나 약자들은 비상한 의지와 조직화된 힘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기성 권력을 바꾸고 변화를 가져오는 역사를 만들었다. 문재인정부의 탄생도 그런 산물의 하나다. 그러나 권력자가 된 이후 내부 집단만의 결속은 자칫 독점이고 패권이 될 수 있다. 사유화와 패권화를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권력투쟁 과정에서 만들어졌던 내부 조직이 권력을 쟁취한 이후에는 해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DJ의 경우도 권력투쟁의 동지이자 호위세력이었던 동교동계가 집권과 더불어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해체 선언을 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이른바 ‘3철’에 포함된 인사가 권력 밖의 행보를 자처하기도 했다.

정치세력은 정파나 정당을 기반으로 집권에 도전하지만, 집권 이후에는 정파를 넘어서는 국가 권력을 대표한다. 그래서 늘 새 집권세력은 집권과 더불어 통합을 내건다. 그러나 공유하기보다는 집중되고 집약되는 게 권력의 속성이어서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통합은 집권 초의 구호에 그치기 쉽다.

문재인정부의 집권세력은 여전히 도전자이고 개혁과제와 마주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래서 더욱더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혁명 정부에 준하는 인식이다. 일부에서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원칙의 기계적 적용이 노무현정부를 어렵게 했다는 반성적 분석까지 덧붙인다.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출범기에는 그럴 수도 있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집권 2년차다. 개혁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현재 살아있는 최고 권력이다. 살아있는 권력이 만들어 온 적폐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 과제인 구체제의 적폐 청산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사실 과거 노무현정부가 어려워졌던 주요 요인은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기계적 원칙의 부작용이 아니라 배타적 순혈주의가 만든 뺄셈의 정치였다. 그러다 막판에 정반대로 대연정론까지 나왔던 것이다.

부엉이모임 같은 ‘이너서클’에 대한 우려가 재현돼서는 안된다. 도전과 집권 과정에서 힘이 됐던 소수의 조직화된 힘이 집권 이후에는 국가권력의 패권화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권력 주변의 식사모임 조직은 별 의미없는 자리가 아니라 사유화와 패권화의 기초적인 네트워크다. 프랑스의 민주주의 이론가 토크빌은 프랑스혁명 세력이 민주정을 이끌지 못한 배경으로 혁명기의 비밀결사적 조직 운영이 집권 이후에도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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