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돗물 보도의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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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9

박한우 영남대 교수 사이버감성연구소장
대구 경북의 민영방송인 TBC가 단독 보도한 수돗물 발암물질 검출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 보도가 나오자 대구시장은 사과 성명을 문자로 발송했고, 환경부는 구체적 데이터를 언급하며 팩트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취수원 이전이라는 현안과제를 두고서 중앙정부, 대구시, 경북도, 구미시 간 대립된 입장도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시민들이 이 사안에 대해서 SNS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 KBS대구는 자사 페이스북을 통해서 TBC 보도에 대한 ‘팩트 체크’ 카드뉴스를 제작해 배포했다.

극소수 엘리트층만이 언론을 통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SNS를 통해서 뉴스를 이야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기자의 기사와 아마추어 SNS 뉴스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주요 언론사들도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과거보다 논쟁적인 태도로 변했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뉴스를 전달한다. 이런 상황은 팩트와 의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저널리즘 전체를 위기로 빠트리고 있다. 이번 대구시 수돗물 보도와 같이 과학적 증거기반의 뉴스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SNS에 접속하고 클릭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저널리스트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는 뉴스 자체가 아니라 뉴스를 분석하는 팩트 체크가 진짜 뉴스가 되었다. 알다시피 ‘분석’은 저널리스트의 몫이 아니라 연구자의 영역이다. 따라서 팩트 체크는 맹목적 인용주의 보도에 빠지기 쉽다. 고품격의 저널리즘이 되려면 기자의 역량으로 현실을 재구성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쳐야 한다. 원천 정보원의 인용은 불가피하지만 전문가 논평이 많아지면 저널리즘의 품질이 오히려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이번 수돗물 보도는 지역 언론이 시민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의무감을 갖고 시작했다. 그리고 해석이 아니라 사실(팩트)이 무엇인지 계속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해당 보도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의 범위와 심리적 효과의 깊이를 계량적으로 지금 당장에 측정하기는 어렵다. 워터게이트 탐사보도로 유명한 번스타인이 말한 것처럼 기자는 ‘습득할 수 있는 최선의’ 팩트를 얻기 위해서 분투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절대 진리만이 뉴스로 항상 선택받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증거의 제시와 전문가 인용을 통해서 진리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지혜의 저널리즘인 것이다.

이번 수돗물 보도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입증하려 들거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객관적인 과학적 증거를 달리 해석하거나, 과학적 증거를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객관주의 저널리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지역에서도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고품격의 저널리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확립되길 바란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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