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구의 정체성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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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9 07:57  |  수정 2018-10-01 15:44  |  발행일 2018-07-09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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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대구가 어떤 도시인가”란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대구 토박이인 필자가 어린 시절, 대구는 ‘사과의 도시’ 또는 ‘섬유도시’로 불렸다. 그러나 사과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경북 북부지방으로, 대량소품종 생산방식의 섬유는 중국을 거쳐 동남아로 그 역할을 넘겨준 지 오래다. 그 이후로 수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대구를 한 마디로 표현할 만한 수사는 기억에 없다. 대구의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3·1운동이 100주년을 맞는다. 또한 지난 5월1일 전국 유일의 독립운동가 묘역인 신암선열공원이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다행스럽게도 이를 계기로 대구지역 독립운동을 발굴하고 선양해 대구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대구시립극단은 창단 20주년 기념공연으로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대구사범학교 학생들의 항일운동을 담은 창작뮤지컬 ‘반딧불’을 수성아트피아 무대에 올렸다.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대구지역 한 단체장은 최근 “대구를 친일파가 많았던 도시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알고 보면 대구는 독립운동의 성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툼의 소지가 많고, 첨예한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는 근현대사에 해당하지만 누구라도 그 의미를 부정할 수 없는 독립운동을 선양해 대구의 정체성을 재정립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대구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활동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 작대기’로 불리며 일본상인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대구읍성을 허물어버린 친일파 박중양의 이름은 지금도 전해지지만, 가장 살벌한 일제의 식민정책이 진행되던 1910년대 대구에서 대한광복회를 조직해 전국에 지부를 두고 독립전쟁을 준비한 박상진 총사령의 이름을 아는 시민은 극소수다. 박상진 총사령관의 의혈투쟁은 김원봉 선생의 의열단 조직에 영향을 미쳤으며, 대한광복회 부사령인 김좌진 장군을 만주로 파견해 향후 무장독립운동의 불씨로 삼는 등 독립운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우뚝하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도 같은 맥락에서 국비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길 위의 인문학’ 두 번째 주제 ‘대구정신과 독립운동’이 그것이다. 국립신암선열공원에 대한 특강이 지난 5일 있었으며, 오는 12일과 19일에는 ‘대한광복회를 중심으로 본 대구지역 무장독립운동’‘태극단 사건을 중심으로 본 대구지역 학생독립운동’이란 제목의 특강이 이어진다. 또 21일에는 국립신암선열공원을 시작으로 대구시내에 산재한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탐방도 진행된다. 김상진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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