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한국과 아이슬란드의 축구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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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7   |  발행일 2018-07-07 제23면   |  수정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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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시인·경북대 명예교수

한국 축구 대표팀이 러시아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비록 16강에는 진출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지난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을 2-0으로 꺾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우리 대표팀 경기를 돌이켜보면 참 아쉬운 순간이 많다. 스웨덴·멕시코전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이길 수도 있었다. 한번 더 경기를 갖는다면 충분히 이길 것이라는 예감도 든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우리 팀처럼 일찍 짐을 싸긴 했지만 우리처럼 주목을 받은 팀이 있다. 바로 아이슬란드 팀이다. 그 팀도 이번 본선 진출 32개 팀 가운데 가장 약체로 꼽혔지만 강력한 투혼으로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아이슬란드는 이번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와 한 조가 됐다. 크로아티아·나이지리아에는 각각 1-2, 0-2로 패했지만 2014년 준우승팀인 아르헨티나와의 승부에선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렇고 보면 지난 브라질월드컵 경기의 우승·준우승팀이 우리 팀과 아이슬란드에 꽁지가 빠진 셈이다.

아이슬란드는 이번 러시아월드컵에 첫 본선 진출해 그 국민들은 터질 듯한 감격을 맛보았다. 2014년엔 지역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나 플레이오프전에서 크로아티아에 아깝게 패해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따라서 이번 본선 진출의 기쁨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달랐다. 아이슬란드란 나라는 국토 면적은 남한만하지만 인구 35만명의 작은 나라로 국토 대부분이 모래와 용암이 굳은 암석, 빙하, 호수, 그리고 활화산으로 덮여 있다. 이 척박한 나라는 13세기부터 노르웨이·덴마크 같은 나라의 반식민지 상태로 있다가 1944년에서야 완전한 독립을 했다. 기근이 들어 전 국민의 4분의 1이 아사한 때도 있었고 수많은 사람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불이 넘는 가장 부유한 나라로 발전했다.

아이슬란드는 2016년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에 첫 출전했는데 이때는 지금보다 더 큰 감격을 맛보았다. 예선에서 강호 네덜란드를 꺾더니 본선 16강전에서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2-1로 눌러 국제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잉글랜드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사임을 선언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꼭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유럽의 강호들을 다 물리치고 4강에 올랐던 감격과 비슷했다. 아이슬란드 축구팬들은 우리의 ‘붉은 악마’처럼 응원에도 열정적이며 2016년도 경기에서는 3만명이 넘는 국민들, 즉 그 나라 국민의 열 사람 중 한 사람은 직접 경기를 보려고 출국했다고 한다.

아이슬란드는 FIFA 랭킹이 18위까지 오른 적이 있다. 지금은 22위다. 최고의 골잡이는 에이뒤르 스마우리 그뷔드욘센이라는 선수다. 그는 1996년에 가진 한 친선경기에서 자기 아버지인 아르노르(Arnor)가 교체되면서 들어갔는데, 이것이 그의 첫 데뷔였다. 말하자면 차범근 선수가 교체되었을 때 차두리 선수가 들어가는 모양과 같았다. 그뷔드욘센은 우리나라 해외파 선수처럼 해외에서 뛴 경험이 풍부하고 심지어는 중국에까지 와서 선수생활을 했다.

한국이나 아이슬란드가 축구 강호들과 자주 대결을 하지 않아 축구 강호들에게는 신비로운 팀으로 보일 것이다. 이 두 나라가 16강에 들지 못한 것은 아직 국제경기에 선수든 감독이든 풍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떻게 기회가 되어 선수·감독·응원 등이 맞아 떨어져 숨은 실력을 발휘한다면 잉글랜드든 독일이든 꺾지 못할 팀이 없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엉뚱한 실수가 치명적이고 보면 아직 기본기가 충실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박재열 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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