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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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6   |  발행일 2018-07-06 제23면   |  수정 2018-07-06
20180706
논설실장

꽉 막혔던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가 물꼬를 틀 전망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취수원 이전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 도지사는 최근 “대구시민의 안정적 식수원 공급을 위해 구미로의 취수원 이전은 물론 영천댐·성주댐 물을 대구 식수원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경북도는 대구시와 구미시 사이 합의 우선이란 원칙 뒤에서 관망해 왔다. 이번에 당선된 이 도지사가 경북도의 입장을 적극 개입으로 선회시킨 것은 건설적인 대안이자 통 큰 결단이다. 취수원 이전은 대구의 최대 현안이지만 구미의 반대를 넘어서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도지사의 현장 중시 철학도 돋보인다. 대구취수원 이전의 장애와 관련, 그는 “구미 취수원 이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이전지 개발제한에 따른 재산상 피해다. 근본적으로 구미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지적한 대로 취수원 이전의 키는 구미에 있다. 대구시나 경북도가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고, 취수원 이전에 대한 구미의 여론이 호의적으로 형성되기 전에는 턱도 없다는 말이다. 협상이든 중재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경북도 정무부지사 시절 ‘출근하지 마라, 답은 현장에 있다’는 저서를 출간하면서 ‘현장 행정’을 거듭 강조했던 이 도지사의 정치·행정력이 주목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주문도 정곡을 찔렀다. 낙동강 수계에 수도관을 대고 있는 지자체들 사이 물 나누기 문제는 정부의 통합적 물관리 정책에 의해 기획되고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환경부가 지자체 간 합의 우선이란 소극적인 자세를 벗어나 수돗물 안전을 담보할 모든 수단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낙동강 수계에만도 대구·부산·창원 등 많은 지방정부가 맑은 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가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면 지방의 엄청난 집단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구취수원 이전은 대구시와 경북도, 정부가 세 박자로 호흡을 맞춰야 비로소 구미의 공명을 일으키게 된다.

대구시는 불감청 고소원이던 경북도의 지원을 등에 업으며 신바람을 낼 기세다. 권영진 시장은 “시장직을 걸고 취수원 이전을 해결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취수원 이전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외에 수질·수량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제3의 전문기관에 객관적 조사 의뢰를 제안하기도 했다. 구미시민의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점에서 재추진하겠다는 권 시장의 자세는 열린 토론을 가능하게 하고 구미의 수용성을 높이기에도 충분하다. 이제 공은 구미로 넘어갔다. 구미산단이란 오염원을 안고 있지 않더라도 이웃 간의 정리만으로라도 구미는 대구의 절박함을 더 이상 막무가내 반대로 응대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구미시민의 강경한 반대 입장은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봐도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반대 10만 서명운동을 완료하고 이를 정부 부처에 전달키로 한 것도 그동안 논의의 중심에서 배제된 데 대한 마음의 상처 등을 감안하면 그 정상이 참작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취수원 이전으로 인한 영향이 과학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진단되면 국면은 달라진다. ‘물 문제로 싸워서는 안된다’는 이철우 도지사의 일갈은 유효하다. ‘경북과 대구의 뿌리는 하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이를 실천하지 못하면 그건 공염불에 불과하다. 상생 차원의 접근이 새로이 모색되는 시점, 민주당 역시 주도권을 갖고 협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적 배려가 선행돼야 마땅하다. 지역 현안 해결에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

한뿌리상생위원회는 진즉에 취수원 이전 문제를 핵심 과제로 삼았어야 했다. 경북도 청사가 안동·예천으로 옮겨간 이후 ‘시야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무성하게 나왔다. 대구사람이 경북도청을 방문할라치면 반갑게 맞은 과거와 달리 ‘어떻게’ ‘왜’(왔어)라는 말이 앞서는 현실에서 대구와 경북 간 멀어진 실제 거리도 실감하곤 한다.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를 계기로 대구경북은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하나로 한뿌리 상생의 길을 만들어나가야 하겠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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