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지만 확실한 청렴, 각자내기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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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5   |  발행일 2018-07-05 제29면   |  수정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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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교육전문강사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확행’이 유행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대 발간한 수필집 ‘랑겔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소개한 신조어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소확행’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소비트렌드에 ‘소확행’이 있다면 청렴트렌드에는 ‘소확청’이 있다. 작지만 확실한 청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청탁금지법 시행과 새 정부의 출범으로 청렴은 우리 사회의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고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각자내기’의 확산이다. 2017년 9월에 실시한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서도 공무원의 72.8%가 “직무관련자와 각자내기가 일상화됐다"고 답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공직자와의 식사가 많이 불편해졌다. 직무관련성을 따져야 하고 금액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곤혹을 느끼지 않으려면 그래도 꼭 따져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소확청’은 바로 식사계산법에 있다. 공직자와 식사할 때 어떻게 계산하는 것이 ‘소확청’인지 알아보자.

먼저, 한턱내기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식사접대 관행이다. 2016년 12월 같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하급자들이 상급자들에게 한턱을 냈다.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허용되는 밥값 3만원에서 딱 1천원이 초과됐다. 이에 밥값을 내지 않은 상급자 모두 징계처분을 받았다. 하급자와 상급자 사이에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직무관련성이 없는 공직자에게는 3만원을 초과하는 식사접대도 가능하다.

둘째는 몰래내기다. 변호사가 관할지역 내 법원에 근무하는 판사가족의 식사비용 2만8천원을 몰래 계산한 사건에서 해당 변호사는 11만2천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3만원 이내의 식사라도 공직자와 ‘함께하는 식사’만 허용된다. 함께 먹지 않고 대신 계산하거나 나중에 계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식사를 하도록 법인카드를 주는 것도 당연히 금지된다.

셋째는 각자내기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가장 주목받는 계산방법이자 ‘소확청’이다. 법률을 입안한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도 청탁금지법의 다른 이름이 ‘각자내기법’이라고 했다. 공직자와 어디에서 무엇을 먹든지 각자내기만 하면 청탁금지법 때문에 곤혹을 느낄 일은 없다. 각자내기는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소확청’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마지막은 상호접대다. 각자내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국민권익위원회 해석자료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기업체 직원이 1차를 내고 공직자가 바로 이어서 2차를 낸 경우에는 각자내기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2차 금액이 1차 금액보다 작은 경우에는 차액만큼 접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금액도 동일해야 한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공직자와 식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공직자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만나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한다. 청탁금지법이 공직자와의 만남 자체를 금지하는 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과 접대관행을 없애기 위한 법임을 잊지 말자. 지난해 5만원 상당의 식사를 접대받고 견책처분을 받은 공직자가 부당하다며 소청심사를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소청심사위원회는 “청탁이 없었더라도 관행적으로 만나는 식사자리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징계 필요성을 인정했다.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확행’을 일상 속 사소한 것에서 찾을 수 있듯이 ‘소확청’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각자내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작지만 확실한 청렴’인 각자내기 실천으로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 모두가 동참하자.김주원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교육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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