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천지개벽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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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3   |  발행일 2018-07-03 제30면   |  수정 2018-07-03
구미가 선택한 민주당 시장
협치와 상생의 리더십 기반
오직 실력만으로 부응해야
정부·여당도 현안 해결 노력
2년내에 지원책 내놓기를
[화요진단] 천지개벽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지난달 13일 오후 6시 제7회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구조사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대강 짐작은 했지만 광역단체장의 경우 온통 푸른색이었다. 하나 관심은 딴 데 있었다. 영남일보 여론조사 결과 박빙이거나 진보나 무소속이 우세로 분류됐던 구미시장·김천시장 및 김천 국회의원 보궐선거결과가 더욱 궁금했기 때문이다. 특히 구미시장 선거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세용 후보는 사전선거 개표부터 일정 거리를 두고 선두를 달렸다. 이어 본격적으로 개표함이 열리면서 그 간격을 유지했다. 자정을 넘기고 새벽이 되면서 장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보수의 성지’이자 TK의 심장인 ‘구미시’에서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흡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57위)이 지난달 27일 밤 11시 러시아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F조 3차전서 독일 축구 대표팀(FIFA 랭킹 1위)에 2-0으로 승리한 것에 비견될 만한 대사건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이 80년 만에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조별예선 탈락을 예상이나 했던가. 천지개벽(天地開闢)이 아닌가. 그러나 “둥근 축구공은 차봐야 되고, 투표도 해봐야 안다”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구미시의원 분포도 대폭 바뀌었다. 23석 중 여당 의원이 9명 당선됐으며, 자유한국당이 12명, 바른미래당이 1명의 후보를 각각 배출했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이미 감지됐다. 43만 구미시민의 90%는 외지인이다. 산업화와 함께 구미시에 이주한 부모와 자녀들을 포함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보자. 경북도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찬성률이 구미가 가장 높았다. 구미시가 생긴 이후 지금까지 외지인들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한마디로 들어갈 틈이 없었다. 물론 심학봉 전 국회의원과 장석춘 국회의원도 구미가 고향은 아니다. 이들은 보수로 출마해서 금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타지인들에 대한 배려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도 선거 막바지에 대통령선거에 버금갈 정도로 지원유세를 했다. 시민들도 이에 열광한 나머지 민주당 지지로 대거 돌아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보수 출신 국회의원 2명에다 진보 출신 시장, 그리고 39%의 진보 출신 시의원으로 구성됐다. 바야흐로 구미시에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된 것이다. 아직도 주류층과 공무원사회에선 긴가민가 하고 있다. 아직까지 ‘멘붕’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구미의 새로운 리더십 구성에 필요한 핵심은 ‘협치와 상생’이다. 구미시장 당선자도 당선 직후 “협치와 상생을 실천하고 구미시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향은 잘 잡았다. 중앙정부나 국회에서조차 하기 힘든 협치와 상생을 구미시에서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시작점은 바로 경청이고 상대방 존중이다. 그 기준점은 누가 뭐래도 구미시민의 복리증진에 있다.

우리 조상들은 “부자간에도 돈거래를 할 때 꼭 세어서 주고받아라”고 했다. 구미시민들도 혈연과 지연을 비롯한 각종 연고에 얽매인 나머지 정치인들의 허물을 눈감아줬다면 이제부터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좀더 현명해지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못살겠다 바꿔보자’고 해서 표를 몰아줬는데도 별반 다르지 않다면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구미시민 의식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선출직들이 이에 부응하기 위해선 오직 실력을 갖춰야 한다. 잘못하면 역풍을 맞는다. 보수세력이 괜히 어깃장만 놓으면 1년9개월 후 국회의원 선거를, 진보세력의 역량이 기대에 못 미치면 4년후 지방선거를 각각 기약할 수 없다.

2일 취임한 장 시장 책상머리에 과제가 한보따리나 쌓여 있다. 바로 대구식수원 구미이전과 5산단 미분양 해결,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인력 유출이다. 정부·여당도 지원을 하려면 빨리 해야 한다. 향후 2년 내에 지원이 없으면 효과는 반감된다. 장 시장도 정부·여당에 요구할 건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구미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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