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두 도시 이야기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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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2   |  발행일 2018-07-02 제31면   |  수정 2018-07-02
[월요칼럼] 두 도시 이야기
박규완 논설위원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1859년 발표작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파리와 런던을 무대로 해 쓴 역사소설이다.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과 사랑, 억압받는 민초의 삶을 격동기의 혼란스러운 사회상 속에 제대로 녹여냈다. 파리와 런던 두 도시의 정경 묘사도 탁월하다. 세계적으로 2억부 넘게 팔린 단행본 판매 기록도 작품의 무게를 더한다. ‘안나 카레니나’ ‘오만과 편견’ 등과 함께 ‘세계 문학사상 가장 빛나는 첫 문장 30선’에 뽑힌 소설의 첫머리는 금방 뇌리에 박힐 만큼 강렬하고 유려하다.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 발언 후폭풍이 여전한 모양이다. 일부 시민은 인천을 모독했다며 정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아빠에게 “우리도 망해서 이사 온 거야?”라고 묻는 초등생도 있다니 이부망천이 가장 핫한 사자성어로 떠오른 게 틀림없다. 유행어 또는 신조어는 풍자·해학과 시사성·응축력이 생명이다. 이부망천은 신조어의 요소를 두루 갖췄으니 만든 이의 기지와 순발력이 발군이라 할 만하다. “서울 사람들이 한 번 이혼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가고, 부천서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으로 간다”는 다소 늘어진 말을 단 넉 자로 줄였으면서도 그 뜻은 오롯이 살려냈다.

한데 궁금한 건 이부망천이 사실이냐는 거다. 2003년 인천발전연구원이 발간한 ‘인천광역시 인구이동 특성에 관한 연구’란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와 서울에서 유입된 인구가 많았고 경제적으로도 중·하류층이 많았다. 15년 전의 인천을 대입하면 이부망천이란 말이 그리 틀리진 않는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인천은 통째로 바뀌었다. 특히 송도·청라·영종은 상전벽해다. 인천국제공항과 송도를 잇는 국내 최장 인천대교의 위용은 인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수도권 신흥 부촌으로 부상한 송도국제도시는 교육·주거 환경이 뛰어나 ‘강남 부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게다가 인천의 인구 증가세는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다. 1981년 114만명에서 2016년 10월 300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대구는 1992년 228만명이던 인구가 2003년 253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금 인천에선 ‘서인부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서울·인천·부산·대구’ 순이라는 의미다. 하기야 대구를 따돌린 지는 이미 예전이고 부산도 금방 추월할 기세이니 ‘서인부대’를 들먹이는 오만(傲慢)이 방자하게만 들리진 않는다. 통계청의 2016년 자료를 보면 인천 GRDP(지역내총생산) 80조9천억원, 부산 81조2천억원으로 경제규모론 엇비슷해졌다. 같은 해 대구의 GRDP는 50조원이었다.

무엇보다 동북아 허브공항을 가졌다는 것은 인천의 자산이자 행운이다. 지난 1월 제2터미널 개장으로 인천공항의 연간 여객 수용능력은 6천200만명으로 늘어났다. 대구공항의 지난해 연간 이용객은 350만명, 인천공항의 20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민항 존치니 통합이전이니 하는 비생산적 논쟁만 벌이니 딱한 노릇이다. 대충 1등은 정해졌는데 2, 3등끼리 서로 “양보하라”며 신경전을 벌인 서울시장 선거의 그 그림이 연상된다. 경북지역에 통합공항을 짓더라도 김해공항을 능가할 순 없다. 자칫 도심 공항의 프리미엄만 날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대구시민의 노파심도 헤아려야 한다.

‘인천의 성냥공장/ 성냥공장 아가씨/ 하루에 한 갑 두 갑 낱개로…’. 1980~90년대 진상 취객의 레퍼토리였던 저급한 노래다. 하지만 지금의 인천은 성냥공장이나 차이나타운의 그 이미지가 아니다. 프랑스 철학자 칸트(1724~1804)는 자본주의 경제가 일찍 꽃핀 암스테르담의 발전상을 침이 마르도록 예찬했다. 인천은 목하 18세기 암스테르담에 버금갈 만큼 비상(飛上) 중이다. 대구 토박이로서 솔직히 인천이 부럽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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