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김재웅 이사장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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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9   |  발행일 2018-06-29 제41면   |  수정 2018-06-29
“인문학적 교감, 행복하고 새로운 삶 만드는 가교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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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웅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이사장이 조합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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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 출판기념회에서의 판소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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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 강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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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와 생태인문학 기행’을 떠나 공주 무령왕릉 앞에서.

요즘 인문학 열기가 대단하다. 다양한 인문학강좌들이 다채로운 곳에서 열리고 있다. 인문학(Humanities)은 자연과학(Natural science)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데 비해 인문학은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문화 등을 중심으로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연구한다. 이런 인문학에 깊이 빠진 사람들이 모여 2014년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을 결성했다. 김재웅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에 대해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 ‘사랑의 힘과 자유의 정신’으로 결성한 상호부조의 자율적인 결사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조합의 활동을 통해 조합원들은 협동의 가치를 깨닫고 인문학적 교감을 통해 자아를 재발견한다. 또 세상과 공감하는 법을 배우며 일상의 행복을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말 3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자본의 속도에 내몰린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이웃과 협동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조그만 디딤돌이 되도록 조합을 이끌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 구체적 방법을 들어봤다.

이웃과 협동하는 세상 만드는 디딤돌
무한 경쟁 속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학문
상당수 비정규직 교수, 전공 살려 시민과 소통
인문학 강좌 기획 1천개 넘어…올 300여개 예정
주말 삼국유사와 생태기행·골목길 인문학 마련
역사이야기 시민참여 많아…韓 여성 관련 진행

매년 대구 희망·사건·인물·음식 등 출판물 발간
구미 시작 도내 시·군 이야기 담은 책 펴낼 계획
킬러 콘텐츠 ‘생로병사의 인문학’ 내실 다질 것
처세술을 인문학으로 포장…남용 사례 안타까워


▶이 시대,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로움은 얻었지만 잃은 것 또한 많습니다. 인문학은 자본주의 무한경쟁에서 잃어버린 자기를 찾는 방법에 대한 학문입니다. 자신의 내면은 물론 자신의 삶을 제대로 성찰하도록 도와주는 학문입니다. 돈과 물질에 매몰된 사회에서 실추되는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려내고 인간, 즉 자신 중심의 삶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원의 상당수가 비정규직 교수(강사)라고 하셨습니다.

“현재 문학·역사·철학 등의 인문학 박사 60여명을 비롯해 교사, 대학원생, 시민 등 120명이 조합원으로 있습니다. 출범 당시 70명으로 시작해 조합원이 많이 늘었습니다. 조합원 중 상당수는 비정규직 교수입니다. 비정규직 교수의 특성상 오랜 시간 많은 공을 들여 연구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정규직 교수들에 비해 자신의 연구를 활용할 기회가 적은 대신 시간적 여유는 많은데 이런 시간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시민들과 소통하고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인문학을 전파하자는 취지로 조합을 결성했습니다.”

▶조합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경북대 철학과 김영기 교수가 초대와 2대 이사장을 맡아 조합원들과 함께 그동안 많은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인문학 교육사업·연구사업·출판사업 등을 기획해 인문학의 정신적 가치를 재창조하고 널리 알리려 노력해왔습니다. 인문학 교육사업은 주로 강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현재까지 조합이 기획하고 운영한 인문학 강좌는 1천개가 넘습니다. 올해도 인문학 강좌 300여 개를 기획해 운영할 예정입니다. 인문학 연구사업은 대구·경북과 연계한 지역학 연구에 중심을 두고 진행 중입니다. 인문학 출판사업은 인문학자의 시각으로 대구와 경북 지역에 관련한 출판물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문학교육사업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인문학 교육사업은 자체사업과 대외사업으로 구분됩니다. 자체사업은 봄(4~5월), 여름(7~8월), 가을(10~11월), 겨울학기(1~2월) 등 4학기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리지요. 주말에는 삼국유사와 생태인문학기행, 골목길의 인문학이 진행됩니다. 이밖에 소크라테스카페, 시네마토크, 와인이 있는 삶, 요가와 인문학, 책읽는 마실 등과 같이 다양한 강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외사업은 외부의 다른 단체나 기관들과 연계한 사업입니다. 대구시민대학과 ‘인문학, 대구인물을 이야기하다’, 경북자활센터와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포항인문도시와 ‘재난힐링 인문학’ 등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구미지역에 있는 삼일문고와의 인문학 특강, 독립서점 책봄과의 인문학특강이 마련돼 있습니다. 의성군립도서관과 인문독서아카데미, 대구 구수산도서관과 노년인문학, 대구도원도서관과 길위의 인문학 등도 열 예정입니다.”

▶교육사업 가운데 특히 반응이 좋은 것이 있는지요.

“자체사업으로 진행 중인 ‘역사이야기’에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많습니다. 역사이야기 강좌는 조합 창립 때부터 시작했는데 그동안 서양사를 중심으로 해오다가 올해부터 한국의 여성과 관련한 역사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여성, 일탈을 이야기하다’를 하고 있는데 여성문인·화가 등의 삶은 물론 남장여자·자유연애 등을 주제로한 강의를 진행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삼국유사와 생태인문학, 골목위의 인문학 등 여행을 하면서 인문학을 접해보는 강좌에는 가족단위의 참여자들이 많습니다. 봄학기 강좌로 지난 4~5월 진행한 ‘시 읽는 수요일’이란 강좌에서는 김수영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주제로 강의했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습니다.”

▶인문학 출판사업의 성과로는 어떤 게 있는지요.

“2016년부터 ‘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라는 큰 타이틀 아래 연간 1개씩의 출판물을 펴내고 있습니다. 첫해 ‘인문학, 대구를 이야기하다’를 , 그 이듬해 ‘인문학, 대구인물을 이야기하다’를 펴냈습니다. ‘인문학, 대구를 이야기하다’는 대구의 뒷골목에 쌓여 있는 추억을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의 공간에 대한 다양한 성찰과 추억을 담고 있으며 대구의 희망도 이야기합니다. 대구의 공간에서 발생했던 사건을 비롯해 인물·음식·산하 등과 같은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인문학, 대구인물을 이야기하다’에서는 대구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 성찰하고 그들의 삶에서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희망을 발견하고자 했습니다. 인문학은 행복하면서도 새로운 삶을 만드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구에서 다양한 형태로 살아온 사람 등에게서 어떤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지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종교계 인사, 시인, 화가, 음악가, 영화감독, 독립운동가, 무명의 기부자, 위안부할머니 등 다양한 인물의 삶이 담겨져 있지요. 올해는 대구에서 지역을 좀 더 넓혀서 구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인문학, 구미를 이야기하다)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구미를 시작으로 경북지역 시·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매년 1권씩 펴낼 계획입니다.”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만의 킬러콘텐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킬러콘텐츠로 2016년에 ‘생로병사의 인문학’을 기획, 지난해까지 28강좌를 진행해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강좌의 내실을 다져나갈 계획입니다. 올해 새롭게 ‘세계문명의 이해’라는 강좌도 열 예정입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은 많이 가지만 세계문명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외부의 좋은 강사를 초청해 세계문명, 특히 중앙아·동남아·페르시아·이슬람 등의 문명에 대한 강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조합을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책 쓰는 인문학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인문학의 궁극적 목표에 대해서부터 언급을 해야 할 듯합니다. 인문학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자본주의 경쟁에 내몰린 삶을 바꿔야 하는데 인문학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정도에 멈춰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공부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잘못된 삶을 바꾸어야 합니다. 인문학을 통해 변화하려 노력해야 하고 아주 천천히라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변화된 삶을 위한 한 방안으로 책을 쓰는 것입니다. 인문학 바람이 불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 서적을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이를 통해 삶을 바꾸기 위해 책을 써보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공부한 것을 자기시각으로 써서 자기이름으로 책을 펴내면 그만큼 글에 대한 책임감이 커져서 삶을 변화시키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아주 잘 쓰는 글이 아니라도 됩니다. 글을 쓰고 이를 책으로 펴냄으로써 자신의 삶을 바꾸려는 의지를 다져나가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최근 인문학 열풍에 대해 인문학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듯합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자신의 삶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생긴 것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인문학에 자본을 끌여들여 인문학을 훼손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일종의 처세술을 인문학으로 포장해서 그럴싸하게 내보이거나 자신의 인문학적 소양을 드러내보이기 위해 인문학을 남용하는 사례도 있는 듯합니다.”

▶협동조합의 운영이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회원들이 내는 연회비 10만원과 조합에서 강의를 연결시켜주고 약간의 수수료를 받아서 운영하는데 재정적으로 그리 넉넉지 않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은 조합원들이 조금 더 노력해 비용을 아끼면 됩니다. 이보다는 협동조합인 만큼 조합원의 협동을 이뤄내는데 더 어려움이 많습니다. 조합원들이 소통하고 배려하며 공감하는 등의 협동만 잘 이뤄진다면 조합의 운영은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이 재정적으로 어렵지만 이렇게 잘 꾸려지는 것은 모든 조합원들의 협동과 단결된 힘 덕분이라 생각됩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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