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테크노폴리스·국립대구과학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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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9   |  발행일 2018-06-29 제40면   |  수정 2018-08-10
첨단 미래도시에서 과학 노벨상 꿈 키우다
미래기술 집약 국가산단·과학기술원 아파트 이름도 테크노시티·밸리 사용
경제적 기반·인프라 형성은 아직 미흡

서울이 아닌 지방도시에서 ‘국립’이라는 이름의 시설은 특별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살펴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가까이에도 있어왔던 국립에서부터 최근에 생겨나서 잘 모르고 있었던 국립도 있다. 익히 알고 있던 국립경북대·국립대구박물관에서부터 국립대구과학관(2013년 개관), 국립대구기상과학관(2014년 개관)이 있다. 남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수도권에 역시 국립이 집중돼 있고 수도권의 전유물인 양 여겨왔다. 그 개선책으로 지방분권과 제2행정도시가 거론됐고 지금은 중앙 행정부서들이 옮겨간 세종자치특별시가 세워졌고 국책기관과 본부들을 지방에 분산하며 혁신도시가 조성됐다. 아직도 수도 서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는 국립 문화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미술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극장 등의 문화시설 기관은 다 같은 세금을 내면서도 서울시민에게 수혜가 가는 시설들이다.

미래기술 집약 국가산단·과학기술원
아파트 이름도 테크노시티·밸리 사용
경제적 기반·인프라 형성은 아직 미흡

기하학적 선형 건축물 국립대구과학관
부메랑 닮은 ㄱ자 속도감·역동성 강조
세계 최대 물시계…과학과 예술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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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달성 테크노폴리스 전경.

◆테크노폴리스(Techno-polis)

국립대구과학관이 위치한 테크노폴리스는 대구 외곽지역인 비슬산 아래의 현풍·유가지역으로 국가산업단지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들어서며 첨단산업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의 신도시 지역이다. 이곳은 수성IC에서 파동·상인·달성·현풍IC에 이르는 대구 남부순환도로의 종착지역이다. 과학을 표현하고 전시하는 과학관이 테크노폴리스라는 이름의 신도시에 관련하는 것은 타당하게 생각된다. 그러나 미래기술 집약형 산업과 첨단연구 도시의 명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테크노공원을 중심으로 첨단융합연구캠퍼스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 있고 자동차 부품공장들이 들어선 국가산업단지, 오피스텔 상가건물의 배후시설과 아파트단지가 형성된 신도시 지역이다.

아파트단지 이름부터 전국의 수많은 신도시는 테크노시티 또는 테크노밸리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새롭게 조성되는 위성도시마다 미래지향적이며 젊고 참신한 새 도시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하는 명칭일 것이다. 하이테크 이미지의 미래지향적 건축과 신도시, 그에 걸맞은 경제적 기반과 인프라 형성이 바람직하겠지만 사회적 경제적 도시적 여건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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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과학관 전경. 기하학적 각도로 배치된 300m 길이의 선형(線形) 건물이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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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과학관의 1층 로비. 왼쪽에 과학관 상징조형물인 물시계가 있다.

◆국립대구과학관

국립대구과학관은 2013년 개관했으나 테크노폴리스에 위치해 일반 시민에게 덜 알려진 듯하다. 외곽의 신도시에 있다는 점과 과학관은 어린이나 학생들이 이용한다는 의식이 한 원인으로 보인다.

테크노폴리스 신도시의 넓은 부지에 건립된 과학관은 현실적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첨단미래를 표현하고 상상의 건축을 그릴 수 있는 건축적 환경이다. 남북으로 긴 장방형 부지에 중앙건물을 중심으로 차량 출입은 동쪽, 보행자 출입은 서쪽 게이트로 하게 된다. 과학관 건물은 기하학적 선형건물로서 90도 135도 두 개의 각도를 중첩하면서 배치되며 넓은 사이언스 광장과 휴게녹지를 사선패턴으로 조화시키고 있다. 300m 수평 길이가 강조된 긴 건물에는 4개의 출입구가 있으며 ㄱ자 형태의 건축 배치는 부메랑을 닮아 속도감과 역동성을 강조한 듯하다.

과학관은 부지면적 11만7천174㎡, 건축연면적 2만4천7㎡이며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다. 주요 시설로는 상설 전시관, 기획전시실, 어린이관, 과학마당, 4D영상관, 천체 투영관이 있다. 본관 1층 로비 홀에 들어서면 대형 물시계가 상징 조형물로서 중앙에 배치되지만 전체 공간을 장악하지는 못하고 있다. 높이 11m의 세계 최대 규모의 물시계는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예술가인 버나드 지통의 작품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학의 발전과 영속성을 표현하며 과학과 예술을 융합시킨 통섭적 사고를 상징한다.

본관은 국립대구과학관의 중심으로 각 전시실을 연결하며 상설전시공간에서 옥상정원이 있는 천체투영관으로 연결된다. 1전시관이 자연과학을 다룬다면 2전시관은 미래과학을 다루고 있다. 지구환경관측시스템에서 관측한 우주의 실시간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우주 한가운데 서있는 듯하다. 2전시관의 라이프코스터는 풍력·태양력·수소력 등 인류 미래의 그린 에너지를 체험케 한다.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천지인학당은 공간 체험교육을 위한 별도의 건물이다. 체험 활동과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운영되는 교육실과 실험실·숙박시설을 갖춘 복합형 캠프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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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과학관은 별자리 그림이 그려진 둥근 돔 천장이었다. 건물 외관에도 그대로 나타나는 둥근 돔은 과학관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3D영상으로 천체망원경으로도 별자리를 체험하지만, 어둠 속에서 형광페인트로 그려진 정지된 별자리 그림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신비로웠던 시절이었다. 최신 학습기기와 오락게임 영상시스템이 발달한 지금의 환경에서는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과학관은 더 이상 흥미와 신비로움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과학관 공간은 언제 어느 때에 방문해도 똑같은 내용의 전시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별기획전이 필요하다. 한 번 찾는 시설이 아니라 수시로 관람할 내용이 있고 어른도 발걸음하게 하는 수준의 기획전이 수시로 열려야 한다. 그동안 2030미래 도시전, 몽골 대초원 동물특별전, 기상기후 사진전, 미디어 아트전, 바이러스 특별강연, 바이러스의 비밀 등의 주제로 특별기획전이 열렸으니 앞으로의 기획전도 기대가 된다.

국립대구과학관 1층 로비에는 2017년도 노벨상 수상자 사진과 연구업적이 커다랗게 걸려 있다. 수많은 꿈나무들이 과학관을 찾아오고 과학의 꿈을 크게 키우는 장소가 되어서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한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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