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논산 관촉사 은진 미륵·부여 대조사 석조미륵 보살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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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9   |  발행일 2018-06-29 제37면   |  수정 2018-06-29
어질고 순박한 얼굴 석조미륵보살…세속을 벗고 나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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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의 랜드마크인 석조미륵보살입상. 일명 은진미륵이라 하며 국보 323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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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새가 변했다는 대조사 석조 미륵 보살입상과 신비의 우산 소나무.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 보살입상은 은진미륵으로 불리며 너무나 유명하다. 2018년 4월20일 보물에서 국보 323호로 승격되었다. 만사 제쳐두고 경내 은진미륵 앞에 선다. 다른 유적은 그다음의 일이다. 해가 중턱에 걸렸음에도 햇살은 하얀 화강암 미륵을 감싸고 영롱하다.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 오직 욕망의 해바라기가 되어 저 빛마저도 돈으로 환산하는 돈벌레들의 눈마저 경이로움과 두려움으로 떨게 하는, 신비의 은진미륵 그 앞에서 모처럼 인간으로 돌아가는 자신을 본다.

요즈음은 고향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탄한다. 명절 때 한 번씩 고향에 가면 모든 것이 화해가 되고 용서가 되고, 공감이 되고 배려가 되던, 살맛나던 시절은 현대 물질주의 병으로 꼬리를 감췄다. 호주머니에 있는 돈이 작은 신이 되고, 물신주의는 인간의 오만에 기름을 마구 부어 나와 사회를 모두 태운다. 자신을 만들어준 천지의 은혜, 나라의 은혜, 믿음과 안정을 주는 법의 은혜, 행복의 기본 샘터인 가정의 은혜마저도 저버린다. 모든 것이 돈과 쾌락이 될 때 의미가 되고 행동이 된다. 이 시대의 이러한 광폭 흐름을 돌려놓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꽃과 별, 우리가 내다버리고 있는 설화와 신앙이다.

논산 관촉사
높이 18.2m 국내 최대 석조미륵보살
영롱한 신비로움 ‘은진미륵’이라 불려
쥐 설화…세상 가장 힘이 센 것은 민중
올해 국보로 승격…민중 꿈·꽃·별 존재

부여 대조사
성흥산 기슭 소담하고 아름다운 사찰
큰 황금새가 날아와 변한 미륵보살상
보관 쓰고 주렴 달고 꽃들고 있는 모습
천년의 시간 횡단, 꿈처럼 현실과 마주


은진미륵은 꽃과 별, 설화와 신앙을 두루 갖춘 물돌이 미륵이고, 새로운 꿈이고 미래다. 앉아서 절을 받고,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구세자(救世 者)가 아니다. 서서 같이 일하고, 미래에서 현재로 걸어오는 구세대비자(救世 大悲者)이고, 민중의 꿈이고 꽃과 별이다.

은진미륵의 사적비를 더듬어 가보자. 고려 광종 19년(968) 반야산에서 나물을 뜯던 여인이 어디선가 아기 울음이 들려 그곳으로 가보니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었다. 집으로 와 이를 가족에게 이야기했다. 사위가 이 사실을 관가에 알리고, 나라에서 논의한 결과 하늘에서 불상을 조성하라고 내려보낸 바위라고 해 혜명대사에게 명해 37년 공사 끝에 완공했다.

은진미륵에는 여러 가지 설화가 있다. 그중 은진미륵과 쥐 이야기가 압권이다. 은진미륵 기반 밑에 많은 쥐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쥐가 예쁜 딸을 낳았다. 부모 쥐는 딸 쥐를 다른 쥐에게 시집보내기 싫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신랑감에게 시집보내려고 여러 곳에 청혼을 했다. 부모 쥐가 처음 찾아간 해님은 자기를 가리는 구름이 가장 힘이 세다고 했다. 그래서 구름을 찾아가니, 자기보다 바람이 더 힘세다고 했다. 바람은 아무리 자기가 흔들어도 끄떡없는 은진미륵에게 그 힘을 돌렸다. 부모 쥐가 은진미륵에게 찾아갔다. 미륵이 말하기를, 자신이 강한 것은 맞지만 자신의 발밑에 사는 쥐들이 땅을 심하게 파면 자신은 쓰러진다고 하면서 쥐들이 가장 힘센 존재라고 했다. 부모 쥐는 그제서야 자기들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존재라는 것을 비로소 알고 쥐 신랑에게 시집보냈다.

이 설화는 민중의 힘을 나타낸 것이다. 아무리 우뚝 선 지배구조도, 천년만년 갈 것 같은 권력구조도 현장 생산을 담당하고 나라를 지키는 민중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진미륵과 쥐 이야기는 민중의 영혼과 사회 역할에 대한 자술이며 고백이다.

가령 은혜 갚은 은진미륵과 천안까지 걸어온 은진미륵, 불상의 규모가 너무 거대해 사람의 힘으로 세울 수 없어 고민하던 중 강가에서 모래 장난을 하는 어린아이를 보고 깨달음을 얻은 일, 고려조에 외적의 침입을 받았을 때 미륵이 기적을 보여준 일 등 설화가 아주 많다. 은진미륵은 비단 충청도뿐만 아니라 멀리 강원도, 제주도에서도 그 설화가 채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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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관촉사의 보물 제 232호인 석등.

높이 18.2m, 둘레 9.9m 등 가히 우리나라 최대의 석조미륵보살이다. 미륵보살상 앞에 있으며, 같은 시기에 조성된 석등을 관람한다.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 다음으로 큰 석등이다. 이어 석탑도 관람한다. 경내의 대광명전·미륵전을 탐방하고 석문을 지나 경외로 나온다. 계단 중간지점에 우남 이승만 박사 추모비가 있다. 비문 내용을 요약 설명해보면 ‘구십 평생을 조국과 동포를 사랑하시다가 만리 이역에서 님은 가시다. 평생에 이루신 일 많으시나 반공포로 석방의 영단으로 조국의 품에 안긴 저희들이 단장의 애도를 드리나니, 크신 듯 조국과 함께 기리 하시고 그 이름 만방에 펼치리라. 1965년 8월3일 대한반공청년회 논산군지부 일동’으로 음각돼 있다. 여기서 반공포로 석방에 대해 알아보자. 1953년 6월8일 그 처참했던 6·25전쟁의 휴전회담 조인을 위해 사전에 포로송환협정이 체결됐다. 그 협정을 어기고 당월 18일 한국 각지에 수용돼 있는 북한 출신 인민군포로 중 공산주의가 싫어서 이북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 반공포로 약 2만8천명을 유엔 몰래 이승만 대통령의 영단으로 석방시킨 일이다. 이 사건의 파장은 전쟁 당사국인 남북한, 그리고 국제적으로 엄청났으나 그럭저럭 무마가 되었다. 당시 고향을 북한에 두고도 귀향을 포기한 반공포로들은 오직 공산주의 치하에서는 살지 못한다고 고향을 버린 것이다. 오갈 데 없어진 그들은 전쟁으로 전력이 약화된 국군에 재입대를 많이 했는데 그 중심이 논산훈련소였다. 그들이 주축으로 조직한, 즉 대한반공청년회 논산지부에서 이 기념비를 세운 것이다. 곱씹을수록 가슴 아리고 눈물 나는 역사다. 여러 평가가 따를지라도 우남 이승만 박사는 위대한 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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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사에 있는 석탑, 원통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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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성흥산 기슭에 있는 대조사로 오르는 계단길. 계단길 위로 대조사가 보인다.

답사 스케줄에 있는 부여 대조사로 이동한다. 부여 대조사는 성흥산 기슭에 자리한 소담하고 아름다운 절이다.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는 기운이 감도는 절이다. 아름답게 다듬어진 돌계단을 오른다. 대조사도 관촉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석조미륵보살상으로 먼저 간다. 은진미륵과 더불어 고려시대 양식이며 높이 10m 에 이르는 거대 미륵이다. 큰 통돌에다가 조형했고, 어질고 순박한 얼굴과 보관을 쓰고 주렴을 달고 연꽃을 손에 들고 서있는 모습은 백제와 고려의 백성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미륵보살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미륵보살에도 설화가 있다. 천 년 전의 어느 날, 지금 이 자리 부근 바위 아래서 한 노승이 수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고 꿈을 꾸었다. 그 꿈 속에 한 마리의 큰 황금새가 서쪽에서 날아와, 수도하고 있는 부근의 거대 바위 위에 내려앉았다. 매우 신기하고 놀라워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인가. 황금새가 앉은 그 거대 바위가 미륵보살상으로 변해 있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놀라운 이적이었다. 그 후 이 절을 큰 황금새가 날아와 미륵보살이 된 절, 즉 대조사(大鳥寺)라 부르게 되었다.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다. 하루의 현실이 천년의 꿈이고, 하루의 꿈이 천년의 현실이다. 석조미륵보살상은 천년의 시간을 횡단해 오늘 하루 여기서 꿈처럼 현실처럼 서있다. 멀리 금강이 보인다. 부여와 논산의 넓은 평야가 황금새의 날개처럼 활짝 펼쳐져있다. 언젠가는 오리라. 저 강이, 들판이, 하늘이 황금새가 되어 날아와 미륵보살이 되어 민중의 빛이 되고, 구원이 되는 그날이 오리라. 그날이 오면, 나의 꿈에도 황금새가 날아오고, 나를 구원하는 미륵이 나타나리라.

글=김찬일<시인·대구힐링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김석<김석 대우여행사 이사>

☞여행정보

▶트레킹 코스 : 논산시 관촉사 (부여 대조사로 이동) - 대조사 (성흥산성 트레킹) ▶문의 : 논산 관촉사 (041)736-5700, 부여 대조사 (041)833-2510 ▶내비 주소 : 충남 논산시 관촉로 1번길 25(관촉사). 충남 부여군 임천면 성흥로 197-112(대조사) ▶주위 볼거리 : 논산 탑정호, 논산 대둔산, 논산 개태사, 부여 궁남지, 부여 무량사, 부여 백제문화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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