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미술관장에 대한 단상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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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8   |  발행일 2018-06-28 제31면   |  수정 2018-06-28
[영남타워] 대구미술관장에 대한 단상
김수영 주말섹션부장

대구시가 최근 대구미술관장 공모에 나서면서 지역미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미술관장으로 어떤 인사가 응모할 것이라는 추측성 이야기부터 이번에는 지역미술인이 관장을 맡아야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2011년 개관한 대구미술관은 그동안 3명의 관장을 맞이했다. 개방형직위인 대구미술관장은 공모를 통해 선임되는데, 초대 김용대 관장에 이어 2대 김선희 관장까지 외지인사라 지역미술인이 소외받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3대 관장은 대구 사람(?)인 최승훈 관장이 선임됐다. 하지만 지역미술계에서는 “최 관장이 대구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으니 대구출신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거의 외지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대구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 같은 지역미술계의 분위기 속에서 최 관장이 2년 임기를 마치고 새 관장을 공모하고 있으니 4대 관장이 어떤 지역 사람이 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역미술계가 왜 이렇게 미술관장의 출신 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모든 공립미술관이 안고 있는 문제겠지만 대구미술관도 그동안 지역작가와 국내외 유명작가의 전시 균형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시립미술관이 지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시민을 최우선으로 둔 전시, 즉 시민이 좋아할 만한 전시에 초점을 맞춰 국내외 유명작가의 전시를 많이 기획해야 된다는 주장과, 시립미술관인 만큼 지역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지역작가의 전시를 활발히 기획함으로써 지역작가의 창작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양립되어 왔다.

전자의 주장은 지역작가의 전시도 해야 하지만 대구미술관이 시민을 위한 미술관이 되고 지역을 넘어서 전국, 나아가 세계의 미술관으로 발전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 작가,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가 풍성해져 지역민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관람객의 발길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의 주장에는 그동안 외지에서 관장이 오다보니 지역미술계 사정을 잘 모르고 소통에도 한계가 있어 지역작가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푸념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지역미술계에서는 그동안 지역작가의 전시를 늘려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런 두 주장을 합리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능력있고 소신있는 미술관장이 여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최근 신임관장 공모가 본격화되면서 이번에는 지역의 미술사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지역출신 미술관장이 선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에도 미술행정을 잘 펼칠 수 있는 역량있는 미술가가 많으니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는 의미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관장의 출신지에 대해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가질 필요도, 관장의 출신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닐 것이다. 능력이 있다면 지역과 상관없이 관장을 뽑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능력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 방법이 없다. 프로필에 적힌 이력 등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외지인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지역미술인은 그나마 지역예술계에서의 평판을 통해 능력을 가늠할 수 있지만 외지인사는 이마저도 힘들다. 물론 이력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는 맞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잣대는 아닐 것이다. 한가지 면만 보지 말고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인물을 판단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지역미술인도 지역출신 미술가의 관장 선임을 위해서는 사분오열되어 있는 미술계의 단합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자기 성찰과 좋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내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고립된 사고에서 벗어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지지해 줄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앞길보다는 지역미술 전체를 생각할 수 있는 현명함이 곧 좋은 관장을 뽑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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