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뮤지컬로 빛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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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8   |  발행일 2018-06-28 제29면   |  수정 2018-06-28
[기고] 뮤지컬로 빛나는 도시
이상철 대구시 문화콘텐츠과 주무관

출퇴근길 꽉 막힌 도로에서 차창 밖을 바라볼 때면 무료한 일상이 반복되는 것 같아 서글플 때가 많다. 특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사람들을 볼 때면 무미건조한 도시의 삶이 그대로 느껴진다. 혹자는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고 말하지만 도시가 경쟁에 찌들어 사는 소시민들과 스펙경쟁에 내몰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청춘들이 모여 사는 모습으로 그려질 때면 퍽 서글퍼진다. 어쩌면 문명의 상징인 도시는 머물기에는 갑갑하고, 떠나기에는 아쉬운 그런 곳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도시에는 문화의 향기가 꼭 필요한 것 같다.

문화의 향기를 말할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갑갑한 상황에서 수십 명의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노래와 춤으로 뮤지컬을 연출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의 오프닝으로 비록 영화 속 판타즘이지만 문화의 향기가 깃든 도시를 맛볼 수 있어 그 장면이 너무 좋다. 뉴욕이나 런던처럼 문화의 중심지가 된 도시는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고 뮤지컬의 도시가 되었다. 뮤지컬의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소설가 최인호는 1998년 눈물을 흘리며 뉴욕 거리를 걸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브로드웨이 44번가 매저스틱 극장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하고 나왔는데 이렇게 멋있는 공연을 볼 수 있는 미국이 부럽고, 10년씩 장기 공연할 수 있는 극장을 가진 뉴욕이 샘난다며 부러움과 오기 때문에 눈물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뮤지컬의 도시가 이렇다. 부럽고, 가지고 싶어 눈물이 나게 하는 도시다.

뮤지컬 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에서는 매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이 열린다. 대구는 서울과 부산이 지속하지 못한 뮤지컬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무더위, 보수성, 분지 등으로 표현되었던 대구는 점점 밝고 생동감 있는 뮤지컬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뮤지컬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딤프에 참가하기 위해 매년 해외 작품과 배우들이 대구를 찾고 있으며, 뮤지컬 스타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의 뮤지컬 전공학생들이 대구로 모여들고 있다. 뮤지컬 아카데미를 수강하기 위해 부모를 설득해 대구에서 자취를 하는 학생들도 생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왜 뮤지컬을 좋아할까? 그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노래와 춤, 그리고 인문학에 기반한 뮤지컬이야말로 인간의 감성과 이성, 그리고 오감을 자극하는 종합예술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 코미디, 뮤지컬 플레이, 뮤지컬 드라마. 뮤지컬을 뜻하는 이름은 많다. 그러나 나는 뮤지컬의 이름을 브룩스 앳킨스가 정의한 대로 부르고 싶다. “연극은 시다. 뮤지컬은 시의 자연스러운 분출이요 연극과 오페라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용하는 멀티미디어의 총체예술이다.”

맞다. 브룩스 앳킨스의 정의처럼 뮤지컬은 종합엔터테인먼트의 결정체로 창작자의 고통, 스태프와 배우들의 땀과 노력이 있어야만 결실을 거둘 수 있는 협력과 융합의 공연콘텐츠다.

그리고 눈앞 무대에서 펼쳐지는 춤과 노래에 열광하는 관객들이 있어야만 더욱 빛나는 공연예술이다. 한 마디로 뮤지컬은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의 땀냄새를 맡아야만 되는 예술이다.

최근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도 인문학이 결국 사람을 향하고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학문이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야 말로 사람을 향하고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인문학에 근거한 축제라고 말할 수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재해석한 ‘메피스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러시아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기반으로 한 ‘블루 레인’, 그림동화 원작의 ‘엘리펀트 박스’가 참여하는 제12회 딤프는 인문학의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은 오랜 기간 담금질을 거쳐 완성될 때 비로소 생명력이 강화되는 장르적 속성이 있다. 그래서 시장에 내놓는다고 곧바로 흥행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즉 지속적인 검증과 업그레이드의 시간을 보내고, 완성도를 고양시키는 숙성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12년째를 맞이하는 딤프! 세계적인 축제를 향해 숙성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와서 보시라! 대구가 뮤지컬의 도시인가를. 분명한 것은 대구의 밤하늘과 공연장은 뮤지컬로 빛나고 있다.이상철 대구시 문화콘텐츠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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