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권리와 편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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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7  |  수정 2018-06-27 09:14  |  발행일 2018-06-27 제25면


[문화산책] 권리와 편리 사이
김민정<대구문학관 전시담당>

1800-5455. 대출광고 전화번호인가라는 생소한 느낌의 이 번호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저작권상담센터의 번호다. ‘나와는 관계없는 번호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저작권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인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독점적 권리’다. 예술인이 아니면 창작물이 없으니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적재산권의 권리자인 예술인 또는 창작자의 동의 없이 그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는 어떠한가? 이 경우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저작권은 창작자들뿐 아니라 이용자들도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글꼴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인터넷과 각종 인쇄매체, 전자출판이 날로 발전해가며 폰트(font)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모든 글꼴폰트에는 이용 조건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무료폰트·유료폰트로 나뉘고 무료폰트 중에서도 상업용 무료폰트가 별도로 있다. 폰트를 상업적·영리적으로 이용할 때에는 반드시 이용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미술은 2차적 저작물 침해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홍보하는 작가들이 많다. 완성작을 올리는 경우도 있고, 과정을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무단 도용해 티셔츠나 스카프 등으로 유통시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문학관에 있으면 가끔 “시 구절을 활용한 캘리그래피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사용해도 괜찮을까요”라는 문의 전화가 온다. 이 경우가 참 재미있다. 문학작품 사용에 대한 부분은 원작자 또는 고인의 경우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에 문의하는 것이 빠르다. 저작권 부분이 해결되면 그 후 캘리그래피로 제작된 것은 2차적 저작물로 디자인물에 속한다. 2017년도에 문학관에서 제작한 캘리디자인 작품이 무단 도용되었다. 디자인 작품인지 모르고 제작했을 듯싶어 방문해 출처에 대해 문의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그야말로 황당했다. 담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후 글씨체를 바꿔서 사용하면 문제없으니 알아서 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열심히 만든 결과물을 다른 사람이 본인이 한 것처럼 몰래 베껴간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만든 사람의 노력과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창작물에 대한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고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저작권이 존재한다. 저작재산권의 기간은 생존하는 동안과 사후 70년간 존속한다. 온라인 매체가 발달하면서 앞으로 분야별 저작권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인지하고 있으면서 개인 편의 추구를 위해 묵인하는 것은 바뀌어야 될 것이다. 이용자뿐 아니라 예술가도 프로젝트 진행 시 계약서 작성을 반드시 하고 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해보길 권유한다. 김민정<대구문학관 전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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