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다시 대구시의회를 바라본다

  • 김진욱
  • |
  • 입력 2018-06-25   |  발행일 2018-06-25 제31면   |  수정 2018-06-25
[월요칼럼] 다시 대구시의회를 바라본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2005년 12월24일 토요일. 가족과 오붓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기 딱 좋은 날이었다. 동시에 대구시의회 출입기자로서 가장 황당한 소식을 접한 날이기도 했다. 이날 새벽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소속 대구시의원들이 비밀리에 본회의장에 모여 선거구획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다양한 정파가 기초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로 치르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구선거구획정위원회는 4명을 뽑는 선거구가 11곳이 있도록 안(案)을 만들어 대구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대구시의회는 4인 선거구 11곳을 모두 2인 선거구 22곳으로 쪼개서 통과시켰다.

당시는 한나라당이 대구·경북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던 때다. 2인 선거구가 되면 한나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4인 선거구에서는 다른 정당 후보도 당선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진보정당 및 시민단체 인사들은 2인 선거구로 쪼개는 것을 반대하면서 대구시의회를 점거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소속 대구시의원들은 새벽에 본회의장 불을 끄고, 각자에게 지급된 손전등으로 불을 밝혀가면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갠 것이다.

지방의회가 중앙정치에 휘둘려 보인 추태이며, 한나라당 소속 의원 일색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당시 27명의 대구시의원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이날 사건을 계기로 대구시의회가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파 소속의 의원들이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하게 됐다.

대구시의회를 5년간 출입한 경험 때문에 나는 대구시의회에 비교적 관심이 많다. 당연히 대구시의원 선거도 주목한다. 무소속으로 대구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확신도 있다. 일반유권자는 대구시의원 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 정당만 보고 찍는다. 당연히 인지도가 아주 높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무소속으로 대구시의원에 당선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대구시의원이 된 인사는 없다. 대신 지역구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그것도 4명이나 당선됐다. 민주당 지지세가 센 수성구·북구·달서구에서 당선됐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5명의 민주당 대구시의원이 탄생했다.

그래서 다음 달 출범할 8대 대구시의회는 이전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민주당 소속의 상임위원장이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더 달라질 것은 대구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에서 나타날 것이다.

당장 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가 대구시의회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주목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민간공항은 존치, 군공항만 이전’을 공약했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의 공약이니, 민주당 공약이기도 하다. 앞으로 5명의 민주당 대구시의원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가 관건이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대구시의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해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데, 반대 목소리가 드세면 만만찮다.

또 도심재생은 노후되고 낙후된 도심을 정비하는 민주당 정부의 정책방향이다. 도심재생은 단독주택지를 허물어 이곳에 아파트단지를 짓는 재개발과 대비된다. 대구시는 낙후된 도심 정비 방법으로 주로 재개발을 지원해 왔기에 대구 곳곳에 수많은 재개발단지가 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민주당 대구시의원들에게 전달되면, 낙후된 도심 정비 정책을 둘러싼 시비는 증폭될 것이다.

이외에도 자유한국당 정책과 민주당 정책이 대립하면서 특정 시정을 놓고 정당 간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런 충돌이 대구발전을 저해하기보다는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대구를 위한 진통이 될 것이다. 그래서 8대 대구시의회가 내가 출입했던 그때의 대구시의회보다 더 역동적이고, 대구 발전에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지켜볼 것이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