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마음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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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5   |  발행일 2018-06-25 제30면   |  수정 2018-06-25
고향은 태어난 곳이 아니라
‘마음의 고향’‘정서의 고향’
44년전 근무한 전남 화순군
작년에 찾았더니 놀라운 변화
옛 마을의 정취 하나도 없어
마음속의 고향 없어진 느낌
[아침을 열며] 마음의 고향
다니엘 스트릭랜드 (DGIST 기초학부 교수)

저는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있는 집에 와 있습니다. 집에 오니 청소부터 시작해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역시 집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디지스트(DGIST) 캠퍼스를 떠나기 며칠 전부터 그곳 사람들, 학생들, 캠퍼스 고양이들이 그리워졌습니다. 미국에 돌아오자마자 무척 바빴습니다. 한국에서 일했던 미평화봉사단 동창 모임이 로스앤젤레스 한국타운의 한국 교포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사흘간 있었습니다. 한국에 1966년 온 1진부터 1981년 51진까지 80여명의 봉사단원이 참석했습니다. 땅이 넓은 미국 대륙 내에서 출생지가 다른 60대 후반~70대 초반 노인들이 한국에서 2년간 봉사한 인연으로 만나 지금까지 친우 관계를 유지하며 모임을 갖는다는 일은 매우 특별합니다. 한국의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르며 향수에 젖은 3박4일을 보냈습니다.

1970년대 초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제가 자주 받은 질문이 두 개 있습니다. “고향이 어디에요”와 “본국에 언제 가요”였습니다. 그때 저는 실제로 태어난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를 고향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사는 동안 고향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태어난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고향’ ‘정서의 고향’으로 폭넓고 다른 깊은 뜻이 담긴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출생지는 인디애나폴리스이지만, 저는 아버지 직업에 따라 2세 때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로 이사를 가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다시 인디애나폴리스로 돌아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 시절을 보낸 캘리포니아가 더 고향으로 느껴집니다.

작년 봄 44년 만에 저의 근무지였던 전남 화순군을 찾아갔습니다. 놀랍게 변한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질 지경이었습니다. 군청은 현대식 유리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멋진 조경과 함께 훌륭했습니다. 길도 옛날 같지않게 잘 닦여지고 포장되어 걷기에 편했습니다. 또 커피숍과 제과점이 여러 개 있어 친구들과 만날 장소가 많아졌습니다. 광주 갈 때 이용하던 시외버스터미널은 옛 장소에 있었습니다. 아직도 작지만 깨끗했으며 버스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이 있어 운주사로 가는 버스시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그곳의 삶이 향상되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70년대 초반 제가 처음 왔을 때의 옛 마을 자취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옛날 추운 겨울 논둑길을 걸어 태권도장에 다니던 날들, 몸을 녹이느라 뜨거운 차를 마시러 가던 다방, 제가 살았던 하숙집 주인아주머니와 아이들…. 모두 가버렸습니다. 마음의 고향이 없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리움과 허무함이 뒤엉켜 마음이 찡했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는 “모든 것이 변하고 아무것도 멈추어 있지 않는다(Everything changes and nothing remains still), 같은 시냇물 속에 두번 발을 담글 수 없다(You cannot step twice into the same stream)”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고향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고향도 변하고 본인 자신도 변하니까(You can never go home again: the home changes and so do you)”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직장을 따라 많은 인구가 움직입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습니다. 세상이 계속해서 변화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한편으로 인간을 비롯해 모든 것이 변해야 사회가 발전되고 성숙하는 것 같습니다.

‘정들면 고향’이라는 한국말을 들었습니다. 2016년 DGIST에 온 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동안 미국에 있는 집에 다녀오는데 DGIST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 들어가면 한국의 고향 집에 온 느낌이 듭니다. 반대로 DGIST에서 로스앤젤레스 집으로 돌아오면 “아! 내 집에 왔구나”하면서도 마음과 머리 한구석에는 DGIST 생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은 7월에 장마가 오는데, 홍수피해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더위에 건강 유의하기 바랍니다. 다니엘 스트릭랜드 (DGIST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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