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왜 좋은 책을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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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5 08:05  |  수정 2018-06-25 08:05  |  발행일 2018-06-25 제21면
[밥상과 책상사이] 왜 좋은 책을 읽어야 하나

“아이가 만화책이나 휴대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부모 세대들이 그 나이에 읽었던 고전 명작을 권하면 재미없다며 금방 싫증을 냅니다. 왜 수준 높은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아지는가를 설명해주기도 어렵습니다.” 중2 여학생 엄마가 보낸 카톡 글이다.

대부분 부모는 아이가 어떤 책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공부를 잘하며,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등에 관심을 가진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상위 10% 안에 드는 학생들은 책과 신문을 즐겨본다는 학습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몇 해 전 리버풀대학교 연구진이 셰익스피어, 초서, 워즈워스 같은 위대한 작가의 작품 가운데 다소 모호하고 어려운 구절을 읽는 사람들의 두뇌활동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두뇌 촬영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뇌에 자극을 주는 책이 일반적으로 좋은 책이다. 조각그림 맞추기를 할 때 너무 쉽게 맞출 수 있으면 금방 지루해지지만, 쉽게 맞출 수 없을 때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이는 두뇌가 흥분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셰익스피어는 평범한 문장에 이상한 단어를 집어넣어 의도적으로 ‘뇌 놀라게 하기’를 시도했다고 한다.

“우리를 물어뜯고 확 찌르는 그런 책만 읽어야 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두개골을 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읽는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고? 맙소사, 책이 없더라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지 않나?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지 않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은 우리를 아주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책이다. 마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처럼, 마치 우리가 모든 사람으로부터 내쫓겨 멀리 숲으로 추방된 것처럼, 마치 자살과 같은 불행처럼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책 말일세.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된다네.”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영국국립독서재단이 행복감은 독서 능력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읽기 능력이 좋지 않은 남성들은 50% 정도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반면 독서에 능한 남성 중 행복감이 높다는 사람은 78%나 되었다. 또한 이 조사는 책 읽기 능력을 갖추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성 관계에 능하며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한다고 했다. 제대로 된 독서 능력을 가지면 멋진 사람을 만나 연애에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말이다.

영상매체가 활자매체보다 시청각적으로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휴대폰이나 TV같은 영상매체에 너무 깊게 빠지면 수동적인 사람으로 퇴화될 위험성이 높다. 영상 매체에 길들여지면 상상력이 고갈되고 창의력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쉽고 재미있는 책만 읽으며 지나치게 휴대폰에 빠져 있는 학생과 이런 점을 걱정하는 부모가 위에 언급된 내용을 함께 되새겨 보면 좋겠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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