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 脫원전 피해 대책, 생색내기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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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3   |  발행일 2018-06-23 제23면   |  수정 2018-06-23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에 한껏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원전 축소로 직격탄을 맞게 된 경북지역의 피해 대책 마련에는 너무도 소극적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5일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영덕 천지원전 1·2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4기 건설 계획 철회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후속 조치는 더욱 실망스럽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서 보고한 ‘에너지전환(원전)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은 예산 규모가 너무 적은 데다 구체성도 미흡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산업부가 내놓은 원전 축소 피해대책을 보면 두루뭉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경주·영덕 등 지자체가 희망하는 사업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진작에 그랬어야 할 당연한 방침이다. 또 원전 주변 지역 지원제도를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에서 주민 소득증대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도 원론적인 수준의 계획일 뿐이다. 이외에 원전 관련 중소기업의 사업 구조 개편을 지원하고 500억원 규모의 에너지전환펀드를 조성키로 한 것도 해당 업체들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피해대책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경주지역 등에 대한 지원금 관련 부분이다. 산업부는 원전 지원금 감소분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피해지역에 별도의 기본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금액은 고작 kWh당 0.1원이다. 이는 현재 kWh당 1원인 원전 지역자원시설세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경주지역민들이 “정부가 당초 약속을 깨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하면서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외면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영덕군 역시 천지원전 1·2호기 건설로 받은 특별지원금 380억원마저 환수당할 처지여서 지역민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 후속조치에 향후 수천 명의 대량 실직이 예상되는 원전 종사자 고용 대책이 빠져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중·저준위 방폐장을 받아들인 경주를 비롯해 위험을 감수하고 국가 에너지 정책에 적극 협조해온 경북 동해안 지역 주민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부는 더 이상 원전 지역 주민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현실적인 피해 보상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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