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발암물질 수돗물’ 쇼크…市 한달 숨긴 의혹

  • 양승진,노진실
  • |
  • 입력 2018-06-23 07:08  |  수정 2018-06-23 07:08  |  발행일 2018-06-23 제1면
매곡·문산정수장서 과불화화합물 다량 검출
癌유발 물질 과불화옥탄산에 옥탄술폰산·헥산술폰산도 나와
“낮은 수치지만 인체 쌓이면 치명적”…분노한 시민들 靑 청원
市 ‘늑장 발표’ 비난 폭주…민주당 “해명하고 대책 마련해야”

대구 수돗물에 발암물질인 과불화옥탄산(PFOA) 등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낙동강 본류 왜관철교 지점에서 기준치 이상의 다이옥산이 검출된 지 8년여 만에 또다시 낙동강 수질 오염문제가 불거지면서 대구시민의 먹는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분노의 청원글이 수십 건 게재됐으며, 일부 마트에선 생수가 조기 품절됐다.


대구시는 지난 5월21·24일 매곡·문산정수장에서 8종의 과불화화합물을 검사한 결과,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과불화옥탄산이 낙동강 원수에서 12.1~19.9ppt, 정수된 수돗물에서 13.5~16.5ppt가 검출됐다고 22일 밝혔다. 또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인 과불화옥탄술폰산(PFOS)도 검출됐다. 이 두 종류는 WHO(4천ppt)와 호주(560ppt) 기준보다는 극히 낮은 수준이지만 소량이라도 지속적으로 마실 경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태관 계명대 교수(환경과학과)는 “인체에 농축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체내에 쌓인 과불화화합물은 정액을 통해 다음 세대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암물질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도 낙동강 원수에서 152.1~169.6ppt, 정수된 수돗물에서 139.6~165.6ppt가 검출됐다. 이는 캐나다·스웨덴 권고기준보다 낮지만 호주보다는 2~3배 높은 수치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27일부터 지난 4월30일까지 1년간 낙동강권역 6개 정수장에 대해 과불화화합물 14종에 대한 환경기초조사연구사업을 실시한 결과 과불화헥산술폰산이 한때 454ppt까지 검출됐다. 이에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과불화화합물 3종(PFOA, PFHxS, PFOS)을 수질감시항목으로 지정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힌 바 있다. 또 환경부는 과불화화합물의 주요 배출 장소가 구미 하수처리장으로 파악하고 지난 12일 배출 사업장의 원인물질 사용 중단 조치를 완료했다.

시는 이날 권영진 시장, 김상훈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위원장, 김문수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권 시장은 “대구는 구미산단으로 인해 8차례나 크고 작은 수질사고를 겪어 왔고 이번에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과불화화합물은 수질검사 항목(278개)에는 포함되지 않은 물질이나 시민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그대로를 공개해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장·단기 대책을 찾아 안전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가 약 한 달간 검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침묵한 데 대해 비판과 함께 의혹도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22일 논평을 내고 “대구시가 수돗물 발암물질·신종환경호르몬 검출 결과를 즉각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해명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침묵한 이유가 ‘6·13 지방선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는 “지방선거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양승진 기자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노진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