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대구예술대 실용무용과 전효진 교수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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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2   |  발행일 2018-06-22 제35면   |  수정 2018-06-22
“클래식한 발레·역동적 실용무용 접목, 전국 무대서 인정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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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로 시작해 실용무용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대구예술대 전효진 교수가 이들 장르 각각이 가진 장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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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진 교수에게 전국무용제 금상을 안겨주었던 ‘슬픈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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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진발레댄스컴퍼니가 2015년 선보였던 ‘나 이전의 나, 나 이전의 천사’.

대구예술대 실용무용과 전효진 교수(47)는 전효진발레댄스 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같은 무용이지만 완전히 다른 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실용무용과 순수예술무용인 발레를 오가며 두 장르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발레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20여년간 꾸준히 개인공연을 열며 지역발레계를 지켜가고 있는 전 교수는 발레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지만 실용무용, 즉 일상생활에서 쉽게 출 수 있는 생활무용의 확산에도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무용전공 학생들만 가르쳐왔던 그가 지난 5월부터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은빛발레리나’라는 실버무용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대구에서부터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경주예술의전당 김완준 관장님의 추천으로 이 강좌를 맡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경주에서는 처음 열리는 일반인 대상의 무용강좌인 데다 5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 힘든 점도 있지만 보람도 큽니다.” 실용무용과 순수예술무용의 간극을 좁혀나가며 두 장르가 서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연구해 나가고 있는 전 교수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봤다.

▶결코 쉽지 않은 발레의 길을 꽤 오래 걸어왔습니다.

“지역에서 발레공연을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우선 발레공연에 필요한 무용수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발레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발레가 육체적으로 많이 힘드니까요. 그리고 다른 장르에 비해 졸업 후 취업할 길도 많이 막혀 있습니다. 현대무용 전공자들은 대구시립무용단, 한국무용 전공자들은 대구시립국악단과 경북도립국악단 등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지만 발레는 이런 일자리가 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수준 높은 클래식발레를 만들고 싶어도 무용수가 없어서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전국적인 현상인데 수도권에 비해 지역이 특히 심합니다. 고집스럽게 이 길을 걸어오고는 있지만 힘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발레 불모지 대구에서 20여년간 활동
젊은층 육체적으로 힘든 발레 잘 안해
대구예술대 재직 후부터 작품방향 전환
순수예술·실용 무용 장점 시너지효과
두장르 접목작품으로 학생들 무대 기회
전국무용제 ‘슬픈 달빛’으로 금상 수상
어느 장르든 기본기 탄탄히 잘 닦아야
발레 맥 이으며 후진양성에 힘 쏟을 것
어르신 건강 강좌도…저변 확대 노력



▶그래도 나름대로 결실이 있었습니다. 무용가로서의 성과도 많이 거둔 것으로 압니다.

“창작발레 ‘슬픈 달빛’이란 작품으로 2012년 대구무용제에 참가해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전국무용제에 출전해 금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그 작품에 출연했던 김분선 무용가는 최고연기상도 받았지요. 슬픈 달빛은 소외된 도시 서민과 가진 자들의 위선과 사치, 교묘한 억압 등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그리면서도 양극화를 넘어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힘을 합쳐 함께 나아가고자 의지를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발레이지만 현대무용과 극적인 표현방법이 어우러져 독창성과 예술성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슬픈 달빛이란 작품에서 보이듯이 일반 발레와는 다른 작품을 시도해왔습니다. 클래식발레로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작업 방향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1990년대 말 발레를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폴란드로 유학을 떠나 2년간 공부했습니다. 귀국해 처음에는 오페라를 중심으로한 클래식발레를 많이 무대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2011년 대구예술대에 들어간 뒤부터 작품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실용무용과이다 보니 재즈댄스, 힙합, 스포츠댄스 등 실용무용 전공자는 물론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전공자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다 보니 실용무용과 발레를 접목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인정을 받은 작품이 바로 전국무용제 금상작인 슬픈 달빛입니다.”

▶서로 다른 장르를 접목해보니 장점이 많기 때문에 이를 고집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아무리 창작발레라고 하지만 실용무용을 하는 학생들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주역들은 발레전공자 중심으로 기용했지만 다른 출연진은 실용무용 졸업생과 재학생들을 두루 무대에 올렸는데 예상외로 작품이 좋았습니다. 실용무용 전공자들의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몸동작과 감정이 일반 발레와는 또 다른 작품 분위기를 만들어냈지요. 좀 더 에너지가 넘치고 풍성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슬픈 달빛이란 작품에도 당시 대구시립무용단 단원이었던 김분선씨를 출연시켰고 그의 에너지 넘치고 수준 높은 춤솜씨로 최고연기상까지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을 시도하는 시대 흐름과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순수예술무용과 실용무용은 각각의 특징과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 장르의 장점을 접목시킴으로써 새롭고 완성도 높은 춤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주위의 많은 도움으로 인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특히 2015년 ‘나 이전의 나, 나 이전의 천사’라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 이듬해에 이 작품이 대구문화재단 우수레퍼토리에 선정돼 다시 공연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재해석한 이 작품은 발레에 한국무용, 현대무용 등을 접목한 작품이었습니다.”

▶순수예술무용과 실용무용을 두루 경험해 보셨으니 두 장르가 가진 장점에 대해서도 잘 알 듯합니다.

“순수예술무용 전공자와 실용무용 전공자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장르는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순수예술무용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무용이기 때문에 무용을 전문적으로, 또 꽤 오랜 시간 배워야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한 우물을 판다는 고집을 갖고 매진하면 아우라가 있는 춤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용무용은 순수예술무용에 비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또 시대흐름에 예민해서 변화가 많지요. 이런 것이 매력적이고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장점이 됩니다. 이들 장르가 가진 장점을 잘 결합하고 무용가들 간에도 협력해 나간다면 두 장르가 모두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실용무용과 교수로서 실용무용 전공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실용무용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손쉽게 배우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실용무용도 제대로 하려면 순수예술무용처럼 기본기를 잘 닦아놓아야 합니다. 최근 수도권 대학에서부터 실용무용 전공자들의 기본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지역에서도 지금은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용무용 전공자들도 기본기의 중요성을 좀 더 빨리 깨달아 자신만의 춤세계를 탄탄히 만들려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은빛발레리나’라는 어르신 대상의 무용강좌도 맡고 있는데 그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무용의 필요성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주로 무용전공자들만 가르쳐 오다 보니 좋은 무용작품을 만드는 데만 신경을 썼습니다. 어르신들이 건강 및 취미생활로 하는 무용을 가르쳐본 뒤에 무용이 진짜 정신건강, 육체건강에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다리 올리는 것, 허리 굽히는 것 등이 힘들다 하며 용을 쓰곤 했는데 몇 차례 수업을 받고 나니 잘 따라 하십니다. 몸이 유연해지고 건강해졌다는 분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무용을 좀 더 많은 분들이 경험해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길 바랍니다. 이렇게 무용을 경험해본 분들이 결국 무용 관객들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용인구의 저변도 확대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대구에서 발레라는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주위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거의 매년 정기공연을 펼쳐왔습니다. 앞으로도 발레의 맥을 이어가면서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또 발레를 기본으로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에서 발레를 포함해 무용, 나아가 예술 전반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예술 전반이 활성화되면 발레 분야도 덩달아 활기를 찾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전효진 대구예술대 교수는 계명대 무용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대구무용제 대상, 전국차세대안무가전 대상, 전국무용제 금상, 대구예술상 등을 받았다. 한국발레협회 대구경북지회 부회장, 한국무용협회 대구지회 이사, 대구미래춤학회 이사, 한국발레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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