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슨 벤자민의 뷰파인더] 북한 주민은 외국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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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2   |  발행일 2018-06-22 제22면   |  수정 2018-06-22
극히 낮은 인건비를 주면서
한국말까지 구사하는 직원
韓기업에 기회일 수 있지만
자산과 기회의 시각으로만
북한 노동자를 보는 건 문제
[톰슨 벤자민의 뷰파인더] 북한 주민은 외국인이 아니다

지난 몇 달간 북한에 대한 새로운 낙관론이 제기되었다. 김정은의 ‘따뜻한 외교’가 지속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경제 개발이 그의 의제가 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북한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최근 1천개 이상의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80%가 북한의 개발과 기타 사업 기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원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이야기라면, 한국과 한국 기업들이 외국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과 상호 작용할 것인지 궁금하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의 경제 활동에 참여하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분야 가운데 고용과 임금 부문을 한번 살펴보자. 한국무역협회의 설문에서 많은 국내 기업은 북한의 낮은 인건비 수준이 사업 진출에 특히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물론 북한의 경제 개발이 성공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건비가 오를 것이고, 한국 기업들은 아마도 북한 고용주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좀 더 안정적으로 임금을 지불하게 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최저임금은 얼마나 될까? 작년 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평균 임금은 연간 약 146만원이다. 즉 북한의 평균 임금은 남한보다 20배가량 낮으며, 중국·베트남·태국의 임금 수준보다도 크게 떨어진다. 극히 낮은 인건비를 주면서 한국어까지 구사하는 직원을 둘 수 있을 테니, 일부 한국 기업들에는 꿈이 실현되는 것처럼 좋은 기회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 노동자들을 ‘자산, 기회’로 보는 것은 한국인의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북한 주민이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인지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은 북한 주민을 비무장지대(DMZ) 북쪽의 주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법 2조에 따르면 탈북자 보호는 몇 가지 조건이 있지만 제3국에서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한 ‘외국인’이 아니다. 국적법 제2조에 따르면 모든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자’로 간주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를 포함한다. 이렇듯 북한 주민을 외국인이 아닌 한국민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북한 주민들이 심각하게 고립되어 있고 제한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의 사업과 투자에 개방적이라는 ‘가설적인 미래’에 북한 주민의 국적은 결코 쉽게 무시될 수 없다.

북한 주민은 고용에 관한 한국의 법적 테두리 내에서 동일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 없이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대한민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매우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최소한의 노동법상의 권리와 최저임금 받기를 주장할 때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 보자.

북한 주민에게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있는 권리를 줘야 하는가? 이것은 합법적인 질문이라기보다는 도덕적인 질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한과 남한은 공동의 이익과 부담을 지닌 정치 공동체가 아니다. 정치 이론가 마이클 월저는 ‘정의의 영역들(Spheres of Justice)’이란 책에서 “구성원의 자격 자체가 정치적 공동체 내에서 가장 기본적인 선이며, 구성원 자격을 어떻게 얻는지를 정하는 것이 이러한 공동체의 기본적인 힘”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껏 한국은 북한 주민을 같은 국민으로 볼 도덕적 의무가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법 질서가 확립되면 대한민국 국민이 시민의식과 도덕성에 대해 더 넓고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대한민국이 북한 사람에게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불허한다면 가장 취약하고 충격적인 국민을 추방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철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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