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권영진 對 오거돈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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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1   |  발행일 2018-06-21 제31면   |  수정 2018-06-21
[영남타워] 권영진 對 오거돈
변종현 사회부장

권영진 대구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 간 ‘공항전쟁’이 시작됐다. 오 당선자는 취임도 하기 전 연일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군불을 때고 있다. 급기야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조만간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김해공항 확장 사업 중단을 요청할 예정이다. 부산 여론도 이미 가덕신공항 건설 드라이브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갈등을 빚던 영남권신공항이 최종적으로 무산된 마당에 다시 가덕도에 관문공항을 추진하겠다니 TK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대(對)시민 사기극’이라는 분노가 터져 나올 법도 하다. 국토부는 일단 김해공항 확장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법과 절차에 따라 결정된 정부 정책을 되돌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권 시장은 외견상 정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존중하고 관망하는 자세다. 여기엔 복잡한 사정이 있어 보인다.

영남권은 현재 세 개의 신공항 건설 문제로 서로 얽혀 있다. K2와 대구공항을 통합해 이전하는 대구신공항,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추가 건설하는 김해신공항, 그리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부산지역 핫이슈로 급부상한 가덕신공항이 그것이다. 이들 세 개 신공항의 등장은 주지하다시피 이명박근혜정부 시절 두 번씩이나 영남권신공항을 백지화한 데서 비롯됐다. 밀양도,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나면서 TK는 대구신공항으로, PK는 김해신공항으로 제 갈 길을 가게 됐다. 하지만 소음 피해지역 확대와 24시간 운항 불가 등 김해신공항의 근원적인 문제가 부각되면서 PK가 다시 가덕신공항을 들고 나온 것이다. 문제는 가덕신공항과 대구신공항의 이익이 상충된다는 사실이다.

권 시장은 군위·의성 중 한 곳에 건설 될 대구신공항을 통해 남부권 항공물류 허브를 꿈꾸고 있었다. 당초 정부 계획대로 김해신공항이 건설되더라도 24시간 운항이 불가능해 물류를 감당할 수 없고, 이 때문에 대구신공항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권 시장은 대구신공항을 남부권 1천500만 주민을 위한 공항으로 건설하겠다는 욕심까지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가덕신공항이 건설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해와 달리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관문공항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부산항으로 대변되는 해양물류와 상승작용을 일으킬 항공물류 기능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김해·가덕 투 포트(Two Port)로 여객 쌍끌이까지 가능해진다. 대구신공항이 항공물류 허브는커녕 시골공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 그럼 가덕신공항의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김해신공항은 소음 피해가구가 3만 가구로 늘어나고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운항을 못 하는 반쪽짜리 공항이다. 여권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자를 비롯해 부산·김해지역 여당 의원 상당수가 김해신공항에 부정적인 이유다. 정부가 계획대로 김해공항 확장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아직 공사에 들어간 것도 아니어서 현재 진행 중인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은 얼마든지 철회가 가능한 상태다. 냉정히 본다면 PK 입장에서는 가덕신공항이 최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24시간 안전한 관문공항’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정황들은 가덕신공항 추진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적 지형 변화도 권 시장을 코너로 몰고 있다. 광역단체장 2대 14, 기초단체장 53대 151, 국회의원 1대 11. 지난 6·1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은 한마디로 자유한국당의 궤멸이었다. 영남권 광역단체장 5명 중 PK 세 자리는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권영진호 2기 시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다. 이명박근혜정부 시절 광역단체장 5명 모두 같은 당 소속이었지만 지역이기로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합의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TK와 PK가 소속 정당을 달리하는 아주 낯선 정치지리적 구도에서 정책적 이해와 양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무엇보다 TK정치권의 무기력과 무능력은 권 시장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권 시장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구신공항과 가덕신공항의 상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양립할 수 없다면 TK 입장에선 가덕신공항을 무조건 저지해야 한다. 권 시장과 그의 브레인들이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변종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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