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독박육아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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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1 08:03  |  수정 2018-06-21 08:52  |  발행일 2018-06-21 제23면
“받고 싶은 것, 듣고 싶은 말 내가 먼저 상대에게 해주세요”
20180621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몇주 전, 부모교육을 진행하러 제주도의 여러 기관을 다녀왔다. 임부에서 영유아, 아동, 청소년을 둔 부모를 각각 그룹화하여 맞춤형으로 교육했다. 자녀들의 특성이 발달단계별로 다르다보니 부모들의 질문내용 또한 달랐다. 그럼에도 엄마들은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 하나가 있었다. 요즘 신조어로 등장한 ‘독박육아’였다. 현재 맞벌이하며 영유아기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 A씨의 당면문제였고, 아들이 영유아기일 때도 그랬고 청소년기에 들어서서도 그렇다는 워킹맘 B씨의 불만이었다.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유형의 엄마가 존재한다.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전업맘, 공부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학생맘,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등이다. 엄마 유형도 가지각색이듯 육아 스타일도 가지각색이다. 그렇지만 최근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엄마가 가진 육아에 대한 고민을 대변하는 것이 독박육아다.

‘독박육아’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오로지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엄마들이 육아의 책임을 ‘독박 썼다’ ‘혼자 뒤집어썼다’고 표현하며 불만을 토로한다.

A씨와 B씨 두 엄마는 “남편은 도와준다고 하는데 절대 양에 차지 않고, 그러니 고맙지도 않다”고 했다. 남편이 육아를 더 돕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질문의 핵심이었다. 그들은 “집에서 살림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똑같이 밖에서 일을 하는데도 왜 혼자 아이를 맡아야 하는지, 맡았어야 하는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며 “이젠 남편이 미워진다”고까지 했다. 필자는 “남편이 도와준 것도 있었을 텐데”라며 “(독박육아 때문에)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투덜대니 상황이 좀 달라지더냐”고, 또 “달라졌냐”고 물었다. 그들은 “그 순간뿐이고, 나중에는 짜증을 내더라”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그들은 “남편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필자는 그들에게 “투덜대는 것도 하소연하는 것도 결국 남편이 도와줬으면 하는 의도와 기대에서 했을 텐데 의도와 기대와는 다른 결과로 가니 참 안타깝다”고 했다. 그리곤 질문을 던졌다. ‘자신은 왜 남편에게 투덜대는가? 왜 남편이 잘한 것은 보이지 않고, 못한 것만 보일까?’ 필자는 내면화의 원리에 따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했다.

성장기에 “못한다” “왜 이거밖에 못해”란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 사람은 그것이 내면화되어 늘 ‘자기 자신은 못한 사람’ ‘이것밖에 못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다. 내면에 차 있어야 할 양이 늘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해 준 하나도, 아니 그 이상도 자신의 내면에 차야 할 양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해줘도 늘 서운하다. 남편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일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양육자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남편이 도와주지 않는 것들만 눈에 보여 요구하게 되고, 계속 다그치고 재촉하면 그것이 남편의 내면을 자극하게 된다. 남편의 내면에 자신의 양육자로부터 이미 화, 섭섭함, 억울함이 내면화되어 있다면 아내의 불평 불만이 자극이 되어 화를 내거나 섭섭해하고, 억울해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아내를 도와주고 싶어 노력하다가도 그 마음이 싹 가시면서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아내는 남편에게서 도움을 받고 싶다면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면서 성장기에 무얼 받고 싶었고, 어떤 소리를 듣고 싶었는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받고 싶었던 것, 듣고 싶었던 것을 남편에게 주고 들려준다면, 남편으로부터 받을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고 싶었던 것을 받으려고만 하고, 듣고 싶었던 말을 들으려고만 한다. 아내가 남편에게 “고마워 여보, 당신이 그걸 해 주니까 내가 훨씬 더 수월해졌어”라고 한다면 남편은 어떻게 반응할까? 독박육아에도 받고 싶은 것을 먼저 주고, 듣고 싶은 말을 먼저 들려주는 역설적인 원리를 알고 적용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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