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공간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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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0 08:09  |  수정 2018-06-20 08:09  |  발행일 2018-06-20 제27면
[문화산책] 공간과 문화

그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그리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한글 덕에 문맹률 세계 최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서량 역시 하위다. 최근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독서시간은 하루 평균 6분, 특히 20~30대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은 최근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독서문화진흥을 위해 최근 10년간 구립도서관·작은 도서관 등 도서관 수가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량이 저조한 것은 도서관의 수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도서관 문화다.

도서관이라 하면 으레 숨 막힐 듯 적막감과 책들이 빼곡히 쌓인 서가가 떠오른다. 자연스레 독서실의 모습으로 연상되곤 했다. 그러나 요즘엔 시험 준비생들로 가득한 독서실이 아닌 그 지역의 쉼터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형태가 다르긴 하지만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곳은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이다. 거대한 서가 밑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나도 모르게 책을 읽게 되는 그곳. 5만여 권의 장서에 별도의 회원카드 없이도 이용이 가능해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파주출판도시 ‘지혜의 숲’에는 작가들의 기증을 받아 구축된 공동서재공간이 있다. 최근 만들어진 ‘성동 책마루’는 구청 안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공공서가를 조성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구에도 이색도서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소개된 곳처럼 수시로 방문해 편하게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인가라는 물음엔 아쉬움이 있다.

대구문학관 4층에는 ‘행복한 문학서재’라는 공간이 있다. 3층 복도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마주하는 공간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서관이네”라고 말한다. 1층부터 3층까지 인증사진을 찍으며 신나게 올라오던 방문객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멈칫한다. 서재를 보면 무조건 조용해야 된다는 인식이 나도 모르게 깔려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안쪽의 동화동시구연방과 동화감상방 등을 확인하면 이들은 다시 자유롭게 관람을 한다. 주말이면 안쪽 어린이 도서 공간에서는 가족단위로 방문해 마루에 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곤 한다. 무료로 운영되고 도서관보다 한결 가벼운 공기 덕에 작은 공간이지만 매일 와서 책을 읽는 분들도 네분 정도 계신다.

‘문학관’이라하면 고서가 누워있는 곳, ‘도서관’하면 빼곡한 서재의 모습을 떠올리는 시대가 지났다. 오롯이 ‘독서’만을 위한 공간도 아니다. 책보다 빠르고 정확한 매체가 넘쳐나는 시대, 스펙 쌓기보다는 창의적인 것에 몰두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가며 더 나은 공간과 문화를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민정 (대구문학관 전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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