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슈퍼위크 이후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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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9   |  발행일 2018-06-19 제30면   |  수정 2018-06-19
與압승·野참패 지방선거
한반도 변곡점 북핵회담
이후 주목해야 할 어젠다
與는 자만하지 말고 국방
野는 다 바꾸고 경제 올인
[화요진단] 슈퍼위크 이후

격랑의 한 주였다. 북미회담, 지방선거, 월드컵 개막과 스웨덴전. 대한민국은 환호와 좌절, 희망과 아쉬움으로 날밤을 새웠다. 가히 ‘슈퍼위크’라 할 만했다.

지방선거는 ‘여당 압승, 보수 몰락’으로 정리됐다. 예고된 충격이었다. 애초 정책과 인물은 주목받지 못했다. 3대 성(性)스캔들, 드루킹 사건도 문풍(文風) 앞엔 용심조차 못 했다. 국민은 박근혜정부 탄핵만으로 화가 덜 풀렸던 모양이다. 한국당도 탄핵하고 싶었던 거다. 보수는 길을 잃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며 직을 던졌다. 유승민도 사퇴하고 안철수는 떠났다. 한국당은 민심의 쓰나미에 버티지 못했다. 당 해체 카드를 꺼냈다. 보수는 대구·경북에서만 명맥을 이었다. 이를 ‘TK, 보수를 지켰다’라 할지, ‘보수, TK에 갇혔다’로 읽을지는 자유다. 고립된 TK. 처음 보는 정치 지도(地圖)다. 신라 마지막 경순왕 이후 처음이란 촌평에 가슴이 아린다. 지방선거가 정치지형을 리모델링한 것이라면, 일련의 북핵회담은 한반도 재건축의 골조를 세우는 대역사다. 우리가 조급했다. 단박에 평화가 올 줄 알았다. 싱가포르 회담은 ‘이 길은 긴 여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차분히 안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국정과제가 산더미 같다. 가장 우려되는 게 국방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북핵협상이 우리 국방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구상이 한반도 군축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평화는 무장해제 상태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체제 구축’을 시도하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평화는 힘의 균형에서 온다. ‘두려움’이 평화를 유지한다. 또 하나의 이유, 역사적 교훈이다. 한반도는 3가지 환경이 교차할 때 어김없이 환란을 겪었다. (1)새 강국의 굴기 (2)기존 강국과 신흥 강국 간 치열한 세력 다툼 (3)국론 분열로 주변 열강에 대응할 국가 리더십이 유약할 때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일합방, 분단과 6·25가 그랬다. 불행히 (1)(2) 상황은 진행 중이다. 다행히 우리의 국가 리더십이 근근이 발휘되고 있다. 그러나 강대국 사이에 낀 한반도 리더십은 힘겨워 보인다. 평화 무드에 젖은 ‘유약한 대화’로는 언제 평화가 깨질지 모른다. 현 상황이 신데탕트의 시작인지, 냉전의 연장인지 불투명하다. 한반도 운명의 변곡점에서 평화는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진다. 수없는 외침(外侵)의 교훈에도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소중도(笑中刀) 품은 심정으로 우리 세대에 꼭 이뤄야 할 꿈이다.

보수 야당에는 ‘잊힌 탤런트’를 환기시키고 싶다. 슈퍼위크 이후 야당의 어젠다는 ‘경제’가 돼야 한다. 보수는 대한민국을 가난에서 탈출시킨 소중한 DNA를 갖고 있다. 그 빛난 업적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왜 남북대화의 발목을 잡으며 북핵 이슈에 끌려다녔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알 수 있듯 북핵 문제는 장기 과제로 넘어갔다. 다음 총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가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은 힘겹다. 궤멸에 가까운 야당이지만 ‘잊힌 탤런트’에 눈뜨면 능력을 발휘할 공간이 있다.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집을 새로 지어야 한다. 새 집의 뼈대는 새 인물과 새 가치다. 삼성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교훈을 새겨봄직하다. 이왕이면 그때의 삼성 드림팀을 모셔와 기업적 대혁신 모델을 보수 리셋에 차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대역전 드라마가 국민 마음을 되돌릴지 누가 아는가. 당선자 머릿수에 연연할 필요 없다. 지역별로 40% 안팎의 보수 지지층 존재를 확인한 선거였다. 당은 파탄 났지만 보수층은 아직 붕괴되지 않았다. 그 지지층을 버팀목 삼아 죽어서 다시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정부 여당의 최대 적은 교만과 독주다. 일부 당선자의 행태나 당권 경쟁에서 벌써 ‘오만’의 냄새가 묻어난다. 잘나갈 때 항상 그 반대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축배가 독배가 되고, 경쟁자가 없어 쇠락한 제국을 무수히 봐왔다. 큰 권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독주하고 싶은 욕망을 눌러야 한다.

이재윤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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