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사경증

  • 홍석천
  • |
  • 입력 2018-06-19 07:59  |  수정 2018-06-19 07:59  |  발행일 2018-06-19 제23면
“중년여성 서서히 시작된 목통증 알고보니 사경증”
20180619

흔히 목 통증이 초래되는 원인으로는 경추(목) 부위의 골관절염, 목 디스크나 경추뼈가 퇴행성으로 커져 경추신경을 누르는 경우, 교통사고나 충격에 의해 목 관절이 앞뒤로 충격을 받는 편타성 손상이 초래된 경우, 류머티즘관절염·뇌수막염 등의 경추 부위 염증에 의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원인이 아니면서 서서히 시작된 목 통증은 근긴장이상증의 한 형태인 사경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어떠한 경우에 사경증으로 진단될까.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 근육 경직돼
목 모양이 달라지며 턱 한쪽으로 돌아가
40∼60대 주로 나타나 여성 더 많이 걸려
대표적 수술법으로는 뇌심부자극술 꼽혀



◆일반인에게 생소한 병명인 사경증

20180619
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이근아 진료과장

50대 중년의 여성 환자가 목 통증으로 신경과를 찾아왔다. 환자는 1년 전부터 목의 뒤쪽과 옆쪽에 통증이 있다고 하였으며 통증은 긴장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때, 잠을 잘 못 잔 때에 좀 더 심해진다고 했다. 최근에는 TV를 시청하거나 책을 볼 때 고개가 돌아가 있다는 말을 가족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신경학적 진찰상 정면에서 목의 모양을 살펴보면 턱이 우측 어깨 쪽으로 약간 돌아가 있었으며 목 근육의 긴장성이 있었고 크기가 약간 커져 있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보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더 힘들어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는 중간에 목 떨림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 환자는 다른 신경학적 검사(운동신경, 감각신경, 심부건반사, 소뇌기능)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었으며 외래에서 근긴장이상증 중 사경증으로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경부 근긴장이상증(dystonia)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목 근육이 경직되며 수축과 긴장이 조절되지 않아 목이 중심에서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거나 위치가 바뀌게 되는 질병이다. 근육수축이 지속적 혹은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수축에 의한 목 떨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 40~60대에서 발병하고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경부 근긴장이상증에 대한 원인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뇌의 깊은 부위에 있는 뇌기저핵과 소뇌연결로에 이상이 있어 초래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경증의 다양한 양상과 진단

경부 근긴장이상증은 서서히 진행되고 통증이 잘 유발되며, 목의 근육이 수축되는 부위에 따라 목의 모양이 달라져 턱이 한쪽 어깨 방향으로 돌아간다. 이를 사경증(torticollis)이라 하며 턱이 가슴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우 전경증(anterocollis), 귀가 어깨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우는 측경증 혹은 외측기울증(laterocollis), 턱이 들리면서 목이 뒤로 기울어지는 경우를 후경증(retrocollis)이라 한다. 목의 모양을 구분해 병명을 달리하는 이유는 근긴장을 초래하는 목 근육이 서로 다르고 주사치료 시 근육 주사(보튤리늄 독소) 부위도 다르기 때문이다.

근긴장이상증으로 외래에 내원하는 환자를 살펴보면 이 밖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목에 나타나는 사경증과 함께, 눈꺼풀의 근긴장이 초래되어 눈꺼풀 수축으로 인해 눈꺼풀이 떨리고 심하면 수 초 동안 눈이 감기는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손이나 팔에 근긴장이 초래되어 물건을 쥐고 있다가 떨어뜨리기도 한다. 또 펜을 쥐고 글을 쓸 때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거나 손이 심하게 떨리기도 하여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얼굴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면서 얼굴이 자주 찡그려지는 경우도 있고, 걸을 때 발 모양이 꼬이거나 까치발로 걷는 경우도 근긴장이상증이다. 앞서 나열한 증후들이 사경증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들이다.

◆사경증의 진단과 치료

근긴장이상증의 진단은 근긴장이상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문진과 진찰을 통해서 하며 뇌자기공명사진은 이차성 원인이 아닌 경우에는 정상소견을 보인다.

경부척수 자기공명사진도 신경압박이나 이차성 원인이 아니라면 정상소견을 보인다. 치료로는 목에 대한 물리치료 및 통증완화 치료가 필요하며 약물·보톡스 주사·수술까지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을 시행한다.

보통 초기에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약물과 보톡스 주사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약물 치료나 보톡스 주사 치료는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고, 반복적인 시술과 반복적인 주사 후에 발생하는 면역성 등의 제한점이 있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은 수술적 치료로, 환자의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도한다.

대표적인 수술법은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이다.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자극을 가하는 미세한 전극을 이식하고 환자의 증상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전문의와 긴밀한 상의를 통해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기자 이미지

홍석천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