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건강한 성격, 병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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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9 07:58  |  수정 2018-06-19 07:58  |  발행일 2018-06-19 제22면
‘자아의 방어기전’ 따라 다른 성격
병적 방어기전 ‘투사’땐 의처증도
‘승화’ 자주 사용하면 성숙한 어른
[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건강한 성격, 병적 성격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다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욕구들을 현실에서는 다 충족시킬 수가 없다. 그 욕구들은 대부분 쾌락주의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의 쾌락주의적인 욕구는 현실에서 금지의 큰 벽을 만나게 된다. 결국 욕구와 금지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이 갈등은 마음속 불안을 낳는다. 이 불안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그리고 자기 욕구의 일부분이라도 해결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어떤 방법을 찾게 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를 ‘자아의 방어기전’이라 부른다.

그런데 사람마다 이 방어기전을 사용하는 행태들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 방어기전들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건강하고 성숙한 방어기전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병적이고 퇴행된 것들도 있다. 어떤 방법의 방어기전을 사용하는가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독특해 남들과 다른데, 이를 우리는 ‘성격’이라 부른다.

걱정하는 병적인 방어기전 중에 ‘투사’라고 하는 것이 있다. 이 투사란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던 계획이나 충동을 남의 것이라고 떠넘겨버리는 기전이다. 심지어 자신의 실패조차 ‘남의 탓’으로 돌려 버리는 아주 병적인 기전이다. 이런 병적인 방어기전인 투사에 의해서 심하면 피해망상이 생기거나 환각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속이거나 해롭게 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친구나 동료들도 못 믿고 자신의 정보가 자기에게 악의적으로 사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터놓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기를 꺼린다. 그래서 공감이 어렵고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 찬 성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심해지면 의처증이나 조현병 같은 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에 비해 ‘승화’라고 하는 방어기전은 건강하고 성숙한 기전이다. 쾌락만 추구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나 참기 어려운 충동적인 에너지를 사회적으로 용납이 되는 형태로 바꾸어서 해결하는 기전이다. 무의식적 충동 에너지를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방법으로 바꾸어 충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흙덩어리를 마구 주물러 이곳저곳 바르며 난장판을 치고 싶은 무의식적 충동을 변화시켜서 흙을 빚어 도자기를 굽는 행위로 승화시키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욕구를 잘 승화시킨다면 흙으로 난장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도자기가 탄생할 수 있고 멋진 조각품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충동질하는 성적인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장에서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는 청소년이 있다면 그는 지금 욕망을 승화라는 방어기전을 사용해 해결하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잘 해결되면 욕망에 따르는 불안도 없어지고, 앞으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수도 있다.

결국 개인의 독특한 방어기전들이 미성숙하고 병적인 것들로 이뤄져 있다면 그 사람은 병적이고 퇴행된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고 건강하고 성숙한 방어기전들로 이뤄져 있다면 그만큼 성숙하고 건강한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방어기전들은 입고 있는 옷처럼 자기 눈에는 잘 보이지 않고 남의 눈에는 잘 보인다.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방어기전들을 잘 살펴봐서 건강하고 성숙한 방어기전들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면 이가 바로 성숙한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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