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몸보호 위한 신체반응…지나치게 겁먹지 마세요”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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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9 07:53  |  수정 2018-06-19 07:53  |  발행일 2018-06-19 제22면
■ 불안의 시대가 낳은 病 ‘공황장애’
“공황장애, 몸보호 위한 신체반응…지나치게 겁먹지 마세요”

“공황장애, 몸보호 위한 신체반응…지나치게 겁먹지 마세요”
<계명대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중인 웹툰작가 기안84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해 화제가 되고 있다. 기안84뿐만 아니라 이경규, 김구라, 정형돈 등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에 걸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진 병이다. 한때 인기라는 부담감에 연예인들이 많이 걸려 연예인병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각박해진 현대사회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대중적인 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때 많은 연예인이 겪어 별칭 ‘연예인병’
갑작스러운 불안·공포·답답함·호흡곤란
20여분 증상 지속과 반복·예기불안 특징

환자 절반 우울증 동반…합병증이 더 문제
심장 등 他질환 혼동 진단에 수년 걸리기도
첫 내원때 철저히 검사 조기 진단 치료 중요


◆합병증이 무서운 공황장애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하나다. 갑작스럽게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호흡이 가쁘고 어지럽고 이러다가 ‘죽지 않을까’ ‘쓰러지지 않을까’ ‘미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드는 공황현상이 20~30분 지속된다.

또 공황현상으로 심한 공포를 느낀 후 다시 공황현상이 올까봐 불안해하는 예기불안이 생긴다. 이런 공황현상은 심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기도 한다. 또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의 30~50%는 광장공포증이 올 수 있다. 광장공포증은 공황현상이 왔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없거나 피할 수 없을까봐 쇼핑이나 운전, 교통수단 이용, 장거리 여행 등을 피하는 경우다. 심한 경우 집 바깥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해 집에서만 지내 사회적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 병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합병증이 무섭기 때문이다. 공황장애 환자의 절반은 우울증을 동반한다. 이 경우 자살기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광장공포증이 동반될 때는 사회적 활동에 큰 제약을 받아 좌절과 실의에 빠지게 된다.

만약 가족들이 이 병을 이해하지 못하고 환자의 여러 문제들을 정신적, 성격적 나약함으로 돌린다면 불화가 생겨 환자들은 더욱 궁지에 몰린다. 또 이런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알코올이나 진정제 등을 복용해 약물의존이란 더욱 심각한 문제가 초래되기도 한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해

공황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은 생물학적 원인과 심리사회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고, 두 가지가 같이 관여한다.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첫째, 우리의 생각·감정·행동에 관여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상호교환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가바의 이상(어느 물질의 양이 많거나 적든지, 서로 그 양에 있어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 때문이다. 유전적 요인으로 공황장애는 유전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리사회적 원인으로는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와 성격적인 소인을 들 수 있다. 특히 기질적 소인으로 두근거림, 몸 떨림, 초조함 등의 불안 증세에 두려움을 많이 가진 인지적 특성을 가진 사람에서 공황장애가 잘 일어날 수 있다.

공황장애로 진단받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공황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또한 예기불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 공황현상이 두려워 어떤 장소나 상황을 회피한다면 광장공포증 진단도 같이 붙일 수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런 공황현상과 예기불안이 다른 신체질환으로 올 수 있으므로 공황현상이 일어나 처음 병원을 찾을 때 철저한 신체검사, 검사실 검사(심전도, 갑상선기능 검사 등), 뇌촬영 등을 해야 한다. 원인이 되는 신체질환은 갑상선 기능항진증, 심장 부정맥, 갈색세포종(부신에서 생기는 종양), 뇌종양 등이다.

많은 공황장애 환자들은 공황현상이 생기면 너무 겁이 나서 응급실로 달려가고, 공황현상이 심장순환계 증상(가슴두근거림, 가슴통증), 호흡계 증상(호흡곤란), 신경계 증상(손발 저림, 감각 둔함), 이비인후계 증상(어지러움) 등이 있어 여러 진료과를 거치고 나서야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된다. 심지어 공황장애란 진단을 받기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병행

현재 가장 인정받고 있는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이며, 이 두 가지를 병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약물치료는 대표적 약물이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다. 이 중 항불안제는 효과가 1주 이내 빨리 나타나나 약물 의존과 금단증상이 잘 생기며,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재발률이 높다.

이에 비해 항우울제는 효과는 조금 늦은 편(2~4주)이나 항불안제 사용으로 일어나는 약물의존, 금단증상이 훨씬 적은 장점이 있다.

오늘날 공황장애의 심리치료로 가장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인지행동치료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눈다.

첫째, 공황에 대한 교육, 즉 공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공황장애 환자에서 흔히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은 ‘공황이 와서 갑작스럽게 죽거나 쓰러지거나 혹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공황교육을 통해 공황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신체 반응이고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해 잘못된 생각을 교정할 수 있다.

둘째, 신체적 관리 훈련으로 호흡훈련과 근육이완훈련을 들 수 있다. 이런 훈련을 통해 공황장애에서 흔히 동반되는 과호흡과 근육긴장을 해소해 공황 증세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셋째, 인지치료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황 증상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나가는 훈련이다.

마지막으로, 행동치료로는 공황장애 환자는 공황의 신체감각에 두려움이 많은데 이런 신체감각들을 유도하기 위해 의자돌리기(어지러움), 계단오르기(두근거림), 밀폐된 장소에 오래 있기(답답함) 등을 반복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처음에 느꼈던 두려움을 점차로 줄여 나가는 훈련을 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일상생활에서 사우나탕 들어가기, 운동하기, 공포영화 보기 등을 통해 신체감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나간다. 다른 행동치료법으로 실제 치료는 광장공포증을 가진 환자가 회피했던 시장가기, 쇼핑하기, 운전 등을 단계적으로 해나가는 훈련이다.

인지행동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공황과 관련된 문제를 관찰하게 하는 것이다. 즉 공황의 빈도와 정도, 예기불안 정도 등을 항상 관찰해 기록하고 공황현상이 어떤 상황에서 생기고 어떻게 공황증상으로 발전하는지 그 전개과정을 기록해 내적요인(괴로운 생각)이나 외적요인(어떤 상황에 처하면 일어나는 경우)을 찾게 하는 것이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 도움말=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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