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존적자(生存適者)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6-18   |  발행일 2018-06-18 제29면   |  수정 2018-06-18
[기고] 생존적자(生存適者)
강미아 안동대 환경공학과 교수

생존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저 목숨을 연명하는 것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 활동을 하며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사회적 역할은 제 형편에 맞게 계획하고 발전시키면서 성장하고 또 변화를 이뤄간다. 이 과정에서 계획을 수정하거나 보완하기도 한다. 이것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며, 마침내 삶의 흔적이 된다.

생태학 강의를 하면서 우리는 생태계의 진화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태학자들이 생태학분야 전공자가 아닌 이들에게 던지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생태계의 생물들이 역사 속에 진화를 하는데, 원대한 포부를 갖고 시도하거나 미래를 내다보는 ‘큰 그림’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문가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면 마음은 한결 편안해진다.

내가 가르치는 환경공학도들이 미래환경공학자로서의 장기비전을 가질지 모르고 그들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여지는 많이 있다. 나와 제자들이, 혹은 우리의 후배들은 어떤 여건에서도 주눅들지 않을 용기를 생물들의 진화를 통해 리본 없는 선물로 받는다. 그들은 이 선물을 밑천삼아 생존할 것이며 마침내 적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전문가라면 그들의 생존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란 고등교육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을 더하여 스스로 체화되는 과정을 거친 사람을 말한다. 그러므로 많은 연구성과를 판단할 때에는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질적 성장을 유도하기도 하고 그들의 평가를 거쳐 성과의 수준과 가치를 판가름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문가는 변화하는 환경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발전하는 학문에 휩쓸려 나가거나 흐트러짐이 없는 진리를 추구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영역, 즉 전문분야는 물론 다른 학문과의 학문적·사회적 조우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의 전 과정이 전문가의 생존을 지탱해 주는 힘이라 믿는다.

얼마전 낙동강 상류지역에서 물고기들이 생존하지 못하는 환경이 발생했다. 어류 폐사는 심각한 환경문제가 원인이다. 하지만 환경조사 결과는 어류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공학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난 3년간 낙동강환경유역청에서 지원하는 ‘낙동강수계호소환경 및 생태조사’의 총괄책임자로서 환경공학분야 전문가들이 주로 다루는 수질뿐만 아니라 동·식물 플랑크톤, 어류, 식생, 저서성무척추동물 등의 전문가를 섭외해 함께 연구했다. 전문분야에서의 실제 연구는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면서 연구 결과들을 창조해 내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생물분야 전문가 섭외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또 그들과 함께 일하고 결과를 창조해낼 제자와 후배들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분야에서의 경험 축적은 대단히 힘들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문가는 지식습득을 하면서 경험을 축적해 과학기술이 체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 분야의 예비전문가는 이러한 일련의 숙련과정을 체험한 후에야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물환경에서 만나는 물고기, 어류전문가, 환경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만이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 환경전문가들은 물고기의 폐사원인에 대해 환경정보에만 의존할 뿐 생사에 대해 정답을 내놓을 수 없다. 그들은 물고기 전문가가 아니지 않는가.

이제 살아있는 어류전문가들이 나서야 할 때다. 어류전문가로 수많은 평가를 해왔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숨어있는지 묻고 싶다. 전문가가 아니면서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행위이지만, 전문가로서의 역할에 대한 방관은 그에 못지않은 무책임한 사회 행위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다면 적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적자인 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작동하는 관계를 가장 고대하는 것은 물고기들일 것이다. 이 관계형성만이 물고기의 생존에 대한 위협을 규명하고,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강미아 안동대 환경공학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