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가까운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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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8 08:01  |  수정 2018-06-18 08:01  |  발행일 2018-06-18 제15면
[행복한 교육] 가까운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

그 콩트 같은 이야기가 훅 꽂혔다. 삼십 대 후반 젊은 선생님이 울 엄마 이해가 안돼요. 소문난 맛집으로 외식 가자고 하면 꼭 “나는 그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라며 찜찜하게 말하고는 막상 가면 어떤 줄 아세요? 정말 엄청 잘 드셔요. 그래서 이런 곳에 자주 와야지 싶어서 “엄마 내 말 맞지? 맛있지?”라고 하면 “뭐, 그게 그거지. 맛있기는 뭘 맛있어? 순전히 양념 맛이구만…”이라고 반응하는 통에 기분이 확 상한다고 했다.

산뜻한 신록과 데이지꽃이 눈부신 주말. “그래 멀리 외국까지 나갈 것 뭐 있어. 우리나라도 이렇게 좋은데…”라며 모처럼 사오십 대 부부가 발걸음 가볍게 산행을 하는 날에도 절대로 화제로 삼지 않아야 할 내용이 있으니 그건 바로 ‘아들의 성적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란다. 이야기가 좀 되는가 싶어 한 발자국 들어가다 보면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말 안 통해 열 받고 심란해서 머리가 지끈지끈 쑤신다. 남편의 융통성 없음이 막막한 아들의 진로와 직결되어 화가 치밀고, 남편은 남편대로 억지 논리로 여기까지 와서 유난 떠는 아내가 피곤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설마 했는데 학교에 오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10시쯤 잠시 와서 여자 친구 얼굴만 보고 돌아갔다. 석 달 동안 다져온 작은 기대를 바로 저버렸다. 이제 자신이 선택해야 할 일이 분명해지자 회피하고 말았다. 석이는 전날 나와 상담교사와 함께 위탁기관을 방문했고, 거기서 충분히 안내와 따뜻한 조언을 받았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처벌을 받았지만 거칠고 막무가내 타입은 아니었다. 오랜 무기력과 나태, 늦은 밤까지 학교 밖 청소년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 그 세계에서 빠져나올 의지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또 불안한 기다림이 길어질 것이다.

한 인간이 늙고 병들어 사망에 이르기까지 많은 신체 기능이 점차적으로 때론 급진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직접 사인은 숨을 못 쉬고(호흡 마비) 심장이 뛰지 않음(심정지)으로써 사망하지만 그 호흡정지와 심정지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이 된 원인이 또 있다. 그래서 사망진단서를 보면 직접 사인 아래 인과적 원인이 세 단계나 밝혀져 있다.

마찬가지로 학업중단 위기 학생에 다다른 학생에게는 많은 요인과 문제가 인과적으로 얽혀 있다. 다양한 체험과 상담을 통해 숙려 기회를 부여해 충동적인 학업중단을 예방하고자 실시하는 학업중단숙려제 대상인 이 학생의 가장 악성인자는 역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가정 문제였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유능함과 따뜻함이라는 두 축을 사용한다고 한다. 똑똑하다, 일을 잘 처리한다, 똑 부러진다, 추진력이 있다 등으로 표현하지만 심층구조를 보면 ‘유능함’에 해당하는 것이고 사람 좋다, 이해를 잘한다, 배려심이 있다 등등은 ‘따뜻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토대로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최인철 교수가 진행한 연구 중 흥미를 끄는 것은 아버지는 자신이 유능할수록 자녀들이 행복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어머니는 자신이 따뜻할수록 행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신기한 점은 자녀들은 아버지가 따뜻하다고 느낄수록, 어머니는 반대로 유능하다고 느낄수록 행복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자신을 소개할 때 “I’m interested in~”을 통해 스스로의 관심사를 알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것이 중요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네 아버지는 기회만 있으면 아들이 잘 모르는 세상과 진실에 대해 가르쳐주려고 훈계를 한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의 관심사를 함께하는 끈끈한 동지가 되길 원한다. 이때 똑 부러진 엄마가 소리친다. 두 사람 지금 그거 하고 있을 때예욧?

김희숙 (대구 도원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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