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선거권과 나이

  • 이하수
  • |
  • 입력 2018-06-16   |  발행일 2018-06-16 제23면   |  수정 2018-06-16

#“투표했니?” “네.” “누구 찍었니?” “그건 비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고요. 중앙선관위 홈피에서 후보자들 공약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 찍었어요. 찍고 싶은 후보가 없는 투표용지에는 기표를 안 했고요.”

아이(?)의 대답은 똑 부러지고 당당하고 풋풋했다. 젊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음이 보였다. 의젓한 모습이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젊은 국민 아이는 올해 선거권을 갖는 나이가 됐으며 첫 참정권을 부재자 투표로 행사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 투표를 하게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어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들이 어떻게 올바른 선택을 하겠어요. 그분들의 뜻과 관련 없이 찍힌 표가 후보자들의 당락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 8~9일 치매 어른들이 생활하는 요양원에 가서 거소투표(居所投票) 진행을 돕고 온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투표를 위한 투표’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이번 선거에서 전남 완도군 기초의원에 출마한 민주당 정관범 후보는 2표 차이로 낙선했다. 같은 지역의 도의원선거에서는 김신 후보가 46표 차이로 이철 후보에게 석패했다. 강원도 평창군수 선거에서는 1, 2등의 표차가 24표에 불과해 재검표를 했다.

상주시의 거소투표 대상자는 모두 444명. 웬만한 박빙의 승부를 좌우할 수도 있는 수다. 물론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이 모두 무슨 일을 하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투표에 임할 정도의 상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표 한표가 중요한 선거에 이런 문제가 전국에 상존하는 상황은 방치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선거권을 갖는 나이 만 19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나이다. 미국·영국·일본 등 32개국은 18세부터 선거권을 가지며 오스트리아는 만 16세다. 나이와 선거권에 대해 숙고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각설하고, 이 자리를 빌려 6·13 선거의 모든 출마자에게 감사한다. 선거기간 아낌없이 틀어준 음악과 율동에, 공손한 인사에, 시민을 위해 몸바쳐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에 감사한다. 그리고 당부드린다. 선거전에서의 마음을 오래 간직하길. 4년은 금방 지나간다. 그때는 지금 미성년자인 아이들 상당수가 선거권자로 훌쩍 커 있을 것이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