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그림 속 화가의‘방’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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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6   |  발행일 2018-06-16 제16면   |  수정 2018-06-16
혼자 있기 좋은 방
혼자만의 시간…그림 속 화가의‘방’
우지현 지음/ 위즈덤하우스/ 400쪽/ 1만8천원

한 여성이 호텔방 침대에 앉아 있다. 반쯤 처진 블라인드 아래로 보이는 컴컴한 바깥 풍경으로 봤을 때 시간은 늦은 밤인 듯하다. 무거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은 여자는 옷을 대충 벗어 소파에 걸쳐 두고 구두는 아무렇게나 벗어놓았다. 코르셋을 풀지도 않고 침대에 주저앉아 있는 여성의 표정에서는 설렘보다는 망설임, 기대보다는 걱정이 느껴진다.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에 그려진 한 여성의 모습이다. 그 모습에서는 호텔방에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이처럼 그림에서 나타나는 방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본다.

화가들은 자신의 방에 숨었다. 저자는 “역사상 수많은 화가에게 방은 사적인 은신처이자 안전한 도피처”라고 표현한다. 가족의 잇단 죽음에 충격을 받은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경우 6층짜리 아파트로 이사해 작품 세계에 몰입했고 마음의 안정도 찾아갔다. 반면 배·교회 등 공공장소를 자신의 방처럼 사용한 이들도 있고, 부와 성공·명예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개의 방이 딸린 집을 장만해 자신만의 세계로 만든 이들도 있었다.

저자는 ‘조용히 숨고 싶은 방’ ‘완벽한 휴식의 방’ ‘혼자 울기 좋은 방’ ‘오래 머물고 싶은 방’으로 화가들의 방을 분류했다. 이들의 방을 바라보면서 독자들이 각자의 방에서 자유롭게 머물렀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그는 “방에서 태어나 방에서 살다가 방에서 죽는, 공통된 인간 삶의 공간을 통해 인생을 반추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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