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사>코리안키즈 조용란 이사장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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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5   |  발행일 2018-06-15 제35면   |  수정 2018-06-15
“미혼모로서 아이 아프면 치료비 걱정 가장 커…보험기부 나눔활동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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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코리아 에이블지사와 MOU를 체결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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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코리안키즈에서 연 ‘어린이가 바라보는 세상그리기 및 기부문화체험’에 도움을 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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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청년푸드트럭협동조합과의 MOU 체결 모습.

<사>코리안키즈 조용란 이사장(38)은 직장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근무하다가 2010년 미혼모가 됐다. 서울에서 살던 그녀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딸과 둘이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지만 물가가 비싼 서울에서는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대구가 집값은 물론 물가도 싸다는 말만 듣고는 바로 대구로 이사를 왔다.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아이와 살았는데 먹고사는 것은 근근이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아플때 만만찮은 의료비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내 딸에게 보험이 있었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저소득층 아이들의 건강보험을 들어주는 보험기부를 생각하게 됐다. 2014년 10월 위키즈 나눔보험을 통해 그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으며 이것이 모태가 돼 2016년 비영리 사단법인 코리안키즈(Korean Kids)를 설립하게 됐다. ‘한국 아이들의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코리안키즈란 이름을 달고 보험기부로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조 이사장을 만나봤다.

▶살아가면서 의료비 지원의 절실함을 자주 느꼈다고 했습니다.

“여고시절, 아버지가 혈액암으로 투병을 했는데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졸업 후 작은 직장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했으나 미혼모가 되어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70만원의 생활비로 월세와 공과금을 내며 겨우 버텼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폐렴에 걸렸습니다. 대부분의 치료비 항목이 비급여라 정부의 의료지원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적잖은 병원비 때문에 삶이 더욱 곤궁해졌지요.”

▶아이 때문에 간 병원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셨습니다.

“병원에서 많은 아이를 만났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들의 부모는 보험 하나 없어서 병원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 병원에 붙어있는 어느 후원단체의 홍보전단이 충격이었습니다. ‘소아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이 치료를 받으면 생존확률 70~80%. 하지만 현실은 70~80%의 아이들이 고액치료비를 감당못해 죽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놀라운 사실에 공감이 갔고 저의 아이와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폐렴도 대부분 비급여로 의료혜택 거의 못 받아
보험없는 아이 많고 형편 탓 들어도 오래 못 가
내 아이와 같은 처지 아이들 도움주고 싶은 생각
보험 기부 가능한 ‘코리안키즈’ 국내 처음 출범
후원자는 보험 계약증서 확인통해 지원여부 확인
기부액 아직 많지 않지만 매년 동참자 점점 늘어
의료비 걱정없이 충분히 치료 받는것 보며 흐뭇”



▶그래서 보험기부에 대한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기존 기부단체의 후원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의료비 지원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보험만이 저소득층 아이들의 고액의료비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곧장 사비를 털어 10여명의 미혼모 자녀들에게 보험을 가입해주었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면서 보험이 해약되기 시작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린 엄마들이 생활비 충당을 위해 보험을 해약한 것입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보험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저소득층은 보험이 절실히 필요한데 돈이 없어서 보험을 들지 못합니다. 그리고 혹 보험을 들었더라도 급하게 돈이 필요하면 보험부터 해약합니다. 저소득층의 뼈아픈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이 코리안키즈의 시작이라 하셨는데요.

“부모가 자녀의 보험을 해약하지 못하도록 공인받은 기부단체가 아이의 보험계약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험기부가 가능한 기부단체 설립을 위해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야 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몇몇 기부단체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기부단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자체와의 긴 줄다리기 끝에 올해 4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보험기부가 가능한 비영리 사단법인 코리안키즈가 출범하게 됐습니다.”

▶코리안키즈의 기부방식은 어떠한지요.

“보험기부는 새로운 기부문화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건강보험 등을 기존 금액과 동일하게 가입하면서 손쉽게 기부도 하는 방식이지요. 어떤 기업이 코리안키즈의 협력보험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면 코리안키즈는 보험금액의 일부를 후원받아 혜택 받을 저소득층 아이를 선정합니다. 후원기업은 연말에 기부영수증을 발급받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부단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보험기부방식은 이런 불신을 없애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보험기부방식은 아이들이 다치거나 질병으로 인해 보험금지급사유가 발생하면 후원자는 언제든지 보험계약증서를 통해 아이들이 정당한 보험료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아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기부체계 마련을 위해 공탁제도까지 도입했습니다. 이 역시 우리나라 기부단체에서는 처음 시행하는 것입니다.”

▶코리안키즈의 기부현황은 어떤지요.

“기부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데다 설립된지가 얼마되지 않아 아직 기부자나 기부액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현재 일반기부자는 22명이고 기부기업은 11군데입니다. 이들의 기부를 통해 21명의 아동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올해부터 기부자가 늘고 있어 다행입니다. 보험기부는 물론 현금기부를 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북구청(청장 배광식), 백광테크(회장 백운일), 대한청년푸드트럭협동조합(대표 최준하), 수피부과(원장 이준하) 등에서 기부에 동참해 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수피부과의 경우 의료품을 기부해주고 코리안키즈 후원아동의 진료시 30% 할인혜택도 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3년이 지나면 단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다고 하니 그때까지 잘 버텨나가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습니다. 급한 마음 갖지 않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이어간다는 생각으로 단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을 하는데 이사들의 도움도 컸다고 하셨는데요.

“현재 조진호, 조용주, 홍성철, 강선일, 신충일 등 5명의 이사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특히 조진호 이사는 월급 중 상당액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망하자 보험설계사가 되려 했는데 제가 잠시 보험설계사로 활동할 때 같이 있었던 인연으로 지금까지 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저는 보험설계사로 3개월밖에 일을 하지 않았지만 조 이사는 1년 넘게 근무해서 이 분야에 대해 잘 압니다. 코리안키즈의 보험기부시스템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은 무엇인지요.

“아직 코리안키즈가 알려지지 않아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의료비 걱정없이 충분한 치료를 받는 것을 보면 흐뭇합니다. 얼마전 후원받는 한 아이가 키즈카페에서 놀다가 다쳤는데 무릎의 성장판이 손상돼 치료비가 제법 많이 나왔습니다. 어머니는 뇌성마비라 경제적 형편이나 아이를 제대로 돌볼 상황이 안됩니다. 그러나 코리안키즈에서 아이의 보험을 들어줬기 때문에 치료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가 다친 것은 큰 아픔이지만 치료비 걱정이 없으니 천만다행이지요.”

▶앞으로의 계획이 많은 듯 합니다.

“보험은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의료비 걱정없이 충분한 치료를 받고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안전장치입니다. 좀더 많은 분들이 기부에 참여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지난 2월 북구청과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이것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또 백광테크에서 3천6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매년 실적이 좋아지고 있으니 올해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무실에 직원도 없이 저와 이사들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만 더 열심히 뛰어서 올해 일반기부자는 100명, 기업기부는 30군데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현재는 보험기부만 진행 중인데 앞으로 학교 급식이 안되는 방학때 도시락 등을 지원해 주는 급식지원관리사업, 미혼모 및 아동시설사업, 주택 등 생활환경개선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개인적인 소망도 있다 하셨는데요.

“서울이 고향이지만 대구는 제2의 고향입니다. 아직 대구에 산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좌절을 딛고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수성구에 살고 있는데 아시는 분이 집을 싸게 임대해줘 큰 걱정거리를 덜었습니다. 또 코리안키즈를 통해 의미있는 일도 하고 있으니 요즘이 인생에서 최고의 황금기 같습니다. 곧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려 합니다. 바리스타, 제과제빵도 배워서 디저트카페를 여는 게 꿈입니다. 저를 보면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살았으면 합니다. 힘든 이들의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의미있게 살아가겠습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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