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학의 문화읽기] 밸런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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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5   |  발행일 2018-06-15 제22면   |  수정 2018-06-15
삶·조직도 조화·균형 필요
지방선거 당선자의 공약은
균형을 중요시하는 이상향
밸런스토피아로 요약 가능
당선자들 최선을 다해주길
[문무학의 문화읽기] 밸런스토피아
대구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문학박사

누구나 자기 삶을 조화롭고 균형있게 경영하고 싶어한다. 개인은 몸과 마음의 조화와 균형을 바라고, 조직이나 사회도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기를 원하며, 국가도 이념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꿈꾼다. 그것이 갈등을 줄여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시사평론가 최문갑이 ‘밸런스토피아’라는 책을 냈다. ‘밸런스토피아’는 밸런스(Balance)+유토피아(Utopia)의 조어다. 절실한 분야라서 그런지 책 제목이 눈에 확 띈다. 저자는 “탐욕의 경제와 극단의 정치, 추락한 사회가치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극단성을 해소하고 균형과 조화의 가치가 살아 꿈틀거리게 하는 작업을 집중적이고도 끈질기게 추진해 나가야만 미래에 희망이 있다”라고 썼다.

이런 주장이 이 책을 통해서만 제기된 것은 물론 아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삶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공자의 제자 자사(子思)가 꾸민 것으로 알려지는 ‘중용(中庸)’에도 나온다. ‘중(中)’이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기울어지지 않으며, 지나침도 미치지 못함도 없는 것(不偏不倚無過不及)이며, ‘용(庸)’이란 언제나 변함이 없이 바른 것을 말한다고 했다. 플라톤은 인간행위의 준칙으로 절제, 용기, 지혜, 정의의 네 가지 덕을 말하고 있는데 이 덕도 조화와 균형이라는 중용의 사상 위에서 세워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도 중용이 “지나침과 모자람이 아니라 중간을 선택하는 것이고, 그 중간이란 올바른 이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쓰고 있다. 예술의 궁극적 목표인 아름다움도 조화와 균형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삶을 가꾸기 위해서는 조화와 균형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떤가? 차마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남북으로 갈라진 나라, 정치의 이념성, 빈부 격차, 사회적 갈등, 이 모두를 치료하기 위하여 모든 분야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우리는 지금 내 것은 양보하기 싫고 남에게 양보하라 하고, 내 것은 내놓지 않고 남에겐 내놓으라 하며, 남의 말은 듣지 않으면서 제 말은 들어달라고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 ‘밸런스토피아’ 저자는 “흔들리는 삶에는 위로가 필요하고, 탐욕의 경제는 비움이 필요하며, 극단의 정치엔 허그가 필요하다. 그리고 안갯속 미래는 공생이 필요하며, 우리 민족에게 막막한 통일 문제도 이심전심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5부로 나누어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실천을 위해 “나부터 균형 만들기에, 좀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작은 실천 하나로 이 책의 인세 중 절반을 책을 구입하는 개인이나 기관·단체 어느 곳에든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마무리 지었다.

엊그제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자가 가려졌다. 그들이 내건 모든 공약을 이 밸런스토피아로 요약할 수 있다. 당선자들은 밸런스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또한 공직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일하는 자리이며, 공인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사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당선자를 만든 유권자들도 밸런스토피아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당장은 낙선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것이고, 그다음 내 뜻과 다른 선거 결과라도 수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성적인 일이며, 밸런스토피아로 향한 발걸음이 되는 것이다.

대구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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