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정평가형 자격 취업 돌파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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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4   |  발행일 2018-06-14 제29면   |  수정 2018-06-14
[기고] 과정평가형 자격 취업 돌파구 기대
이동언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지역본부장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으로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취업준비생, 25만명에 달하는 공시족, 대한민국 청년들은 일하고 싶어 아우성이다. 하지만 정작 산업현장에서 들려오는 탄식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일할 사람이 없고, 사람을 뽑아도 적응하지 못해 나간다며 하소연한다. 혹자는 청년들이 편하고 안정적인 일만 찾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청년구직자들은 되묻는다. 조금 더 편한 일을 하겠다고 지금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것 같냐고, 단지 일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 또 누군가는 기업이 제시하는 근로조건이 너무 열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업은 읍소한다. 힘든 경영환경 속에서 높은 임금과 더불어 비숙련노동자를 훈련시킬 시간과 비용까지 투자하기는 벅차다고.

결국 문제의 핵심은 취업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요-공급 간의 괴리, 즉 미스매치(Mismatch)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구직자의 경쟁력 향상, 즉 숙련근로자화다. 구직자는 훈련을 통해 숙련근로자로서 자신의 몸값을 높여야 하고, 기업은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숙련근로자를 확보하여 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취업시장에서 구직자의 숙련근로자화라는 수요-공급관계의 교점을 찾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제도가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이다. 올해로 시행 4년차를 맞이하는 과정평가형 자격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에 기반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교육·훈련과정을 충실히 이수, 내·외부평가에 합격한 사람에게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업체에서는 실무능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과정평가형 자격의 확산을 반기고 있다. 과정평가형 자격을 통해 발급된 자격증에는 훈련기관과 교육과정, 교육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지원자의 핵심역량이 회사의 필요와 부합하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교육·훈련과정 중에 훈련생과 교수자 사이의 지속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산업현장의 필요에 부합하는 다양한 평가기법을 도입할 수 있어 취득한 자격이 직접적으로 실무와 연계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격의 현장성이 확보되어 시험을 잘 보는 인재가 아니라 정말 일을 잘하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자격 취득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원하는 자격을 효율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기존의 검정형 자격은 자격등급별로 학력 및 경력에 따라 응시자격에 제한이 있다. 하지만 과정평가형 자격은 교육·훈련 과정 등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학력과 경력의 제한 없이 희망하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올해 과정평가형 자격으로 취득 가능한 자격종목은 총 111개 종목으로 웹디자인 등 73개의 기능사종목, 컨벤션기획 2급 등 4개의 서비스종목과 용접 등 29개의 산업기사종목이 이미 개설되었으며 기계설계 등 5개 기사종목까지 확대운영 중이다. 과정평가형 자격이 확산될수록 구직자들은 필요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다. 최근 채용 트렌드의 핵심은 ‘실력중심채용’이다. 실력중심채용은 모든 사회구성원의 공감대를 얻은 지상과제인 만큼 경험과 실력 중심으로 평가하는 제도인 과정평가형 자격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실제로 2015년부터 52개 교육훈련과정 선정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305개 과정, 제도 시행 4년차를 맞이하는 올해는 631개 과정까지 확대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올해 46개 기관에서 108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4년제 대학 시범학교 운영, 전문대학 및 직업훈련시설의 기사 자격 취득 과정 개설, 특성화 고등학교 10개교 참여 등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를 바탕으로 다방면의 교육혁신을 시도하면서 양적·질적 측면 모두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얼어붙은 취업현실 속에서 스펙보다는 경력 또는 직무능력을 우선시하는 현장맞춤형 실무인재지향의 과정평가형 자격이 새로운 취업의 돌파구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배우면서 행하고, 또 행함으로써 배우는 학행일치(學行一致)의 가치를 지향하는 과정평가형 자격이 앞으로도 보급·확산돼 구직자와 기업이 함께 손을 마주 잡고 웃는 사회가 되는 데 기여하길 희망해본다.이동언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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