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자연에서 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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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4 09:02  |  수정 2018-06-14 09:02  |  발행일 2018-06-14 제22면
[문화산책] 자연에서 크는 아이들
이귀영 <문화유치원장>

‘서울 아이들에게는 질경이 꽃도 이름 모를 꽃이 된다. 서울 아이들에게는 굴뚝새도 이름 모를 새가 된다. 서울 아이들에게는 은피라미도 이름 모를 물고기가 된다. 말도 마라. 이제는 옆 집 아이도 이름 모를 아이가 된다.’

윤동재 시인의 ‘서울 아이들’이라는 동시다. 처음에는 그냥 참 재미있는 동시라고만 느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울 아이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도시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20여 년 전 일본에 산 적이 있었다. 그 때 아이가 유치원에 다녔는데, 집으로 돌아 올 때면 항상 엉덩이가 흙투성이였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햇살 좋은 날에는 공원 연못으로 산책을 나가 거위와 물고기를 보며 놀고, 비오는 날에는 깡통과 놀이용 집게를 들고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지렁이 등을 잡거나 축축한 땅에 앉아 흙을 조물조물 만지며 놀았다.

그때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도시 아이들의 잃어버린 동네 골목 놀이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자연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워서다. 1980년대까지는 우리나라도 아이들이 동네 골목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노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비석 치기, 땅 따먹기, 고무줄 놀이도 재미있었다. 골목에서 신나게 놀기만 한 것이 아니다. 동네 어른들로부터 예의도 배우고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도 익혔다.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근래에 유아 대안교육으로 숲유치원을 이야기한다. 숲유치원은 1950년대 덴마크 스텐로데 마을의 엘라 울라타우 부인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녀는 자녀를 집과 멀리 떨어진 도심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 뒤의 숲으로 데려가 하루 종일 놀았다. 그 모습을 좋게 보았던 비슷한 연령의 자녀를 둔 이웃 가정에서 아이를 함께 맡아 주기를 부탁하였다. 점차 숲으로 자녀를 보내는 부모가 많아졌다.

숲에서의 아이들은 자유롭다. 자연을 충분히 접하고 즐기며, 갑자기 내리는 비나 눈이 오는 등의 문제 상황에서도 또래들과 생각을 모아 함께 해결한다. 이후 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일반 유치원의 아이보다 상상력과 의사소통, 집중력 등이 뛰어났다. 숲이 인간에게 교육적 가치와 삶의 행복을 준다는 효과가 유럽 전역에 전파되면서 유치원 건물이 없는 숲유치원도 하나의 교육기관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가까운 곳에 숲이 없는 우리의 도시 환경에서 대안을 묻는다면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길 권한다. 지역의 공원, 수목원, 달성습지, 우포늪, 봉무공원 등의 여러 생태학습장, 팔공산, 지역 대학교 캠퍼스 등 관심을 가지면 갈 곳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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