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빙] "한미훈련 중단…북미회담 승자는 중국과 북한"

  • 입력 2018-06-13 13:55  |  수정 2018-06-13 13:55  |  발행일 2018-06-13 제1면
중화권 매체·전문가, '쌍중단' 中제안 北美 인정에 의미 부여
"美 견제에도 중국 역할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
"북한, 친미국가 되면 장기적으로 중국이 패배자" 분석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포괄적이고 모호한 형태의 비핵화를 약속한 대신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언질을받은 것은 북한과 중국이 거둔 전략적 승리라는 중화권 매체와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중화권 매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훈련을 북한이 도발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인정하며 훈련의 잠정 중단 방침을 밝힌 것은 북한과 중국의 오랜 요구에 대해 미국이 양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제안을 북한과 미국이 인정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간 북한은 한미훈련이 '도발'이라며 이의를 제기해왔고 지난달엔 한미훈련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하기도 했다.
 중국 역시 북한의 입장을 수용해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쌍중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러시아 역시 중국의 제안에 지지를 표시하며 쌍궤병행과 쌍중단에 바탕을 둔 한반도 문제 해법을 담은 '로드맵'을 공동성명 형태로 중국과 함께 발표한 바 있다.


 홍콩 명보(明報)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을 일종의 '도발'로 인정하고 훈련을 취소한 것은 북한과 중국에 거대한 외교적 선물을 안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차하얼(察哈爾)학회 덩위원(鄧聿文) 연구원은 북한의 핵 폐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이 합의한 '새로운 양국 관계의 구축'은 사실상 북미 수교를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의 협상 승리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처음 제시한 목표와 비교해서 보면 김정은이 이기고 트럼프가 패배한 협상"이라며 "그런데도 패한 트럼프는 흥분 상태에서 김정은을 칭찬하기까지 했다. 트럼프가 추구했던 것은 김정은과의 양자회동 자체였지, 구체적인 협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북미회담을 앞두고 북중 정상이 합의한 '전략 전술적 협동' 공조가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자국 국기가 새겨진 고위급 전용기에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공항에 내리는 장면을 통해 북중 밀착을 미국과 세계에 각인시켰다.
 장보후이(張泊匯) 홍콩 링난(嶺南)대 정치학과 교수도 "김정은은 의문의 여지없이 이번 회담의 승자"라며 "4개 항의 공동성명이 밝힌 비핵화는 북한의 기존 어법과다르지 않고 시간표도 제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한반도 정국에서 중국의 역할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한국, 일본에 이어 중국 최고지도자를 거명하면서 중국의 북중 변경 봉쇄를 언급하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최근 몇개월은 (중국의 봉쇄가) 조금 느슨해진 것 같다"는 단서를 달며 중국의 대북제재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북미회담을 취소했을 당시 "김 위원장이 두번째로 중국을 다녀온 뒤로 태도가 달라졌다"며 중국이 막후에서 개입해 방해하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북한 문제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관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내주에 시작될 후속협상 과정에서 "한중일 3국과도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만을 지칭해 "비교적 적은 범위에서 협력하지만 협력하기는 한다"고 토를 달기도 했다.


 장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상례를 벗어난 것이라며 협상이 진척될수록 중국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음을 깨달은데 대한 '신경질적 반응'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 교수는 "미국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도달하고 싶었다면 북한에 대해 지대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만이 이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 역시 평화체제 진전이 차질을 빚을 경우 유일한 희망이 중국의 지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질수록 북한의 비핵화를 낙관하기가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 진전이 순조롭다면 중국은 경제원조 유인책으로 북한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고 비핵화 진전이 순조롭지 않다면 군사옵션을 쓰기 어려워진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구해 재차 대북 경제제재에 나서게 된다"며 중국의 역할은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대미 관계 개선을 통해 친미 국가로 변신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빈과일보는 전했다.


 특히 한때 사회주의 동맹국이었다가 지금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중국의 가장 강력한 반대자로 떠오른 베트남의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고 북한과 미국이 반(反)중국 공동전선을 펴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을 우려할 수 있다"며 "이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베트남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린허리(林和立)는 "중국은 한반도 핵위기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중국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될 경우 이전의 영향력을 잃고 패배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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