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평화를 지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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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3   |  발행일 2018-06-13 제31면   |  수정 2018-06-13
[영남시론] 평화를 지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

2018년에 들어와 우리 앞에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일들이 전개되고 있다. 4월27일과 5월26일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집과 통일각을 오가며 열렸다. 6월12일에는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일련의 회담들은 북한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무엇보다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원인은 바로 북한 핵무기다. 핵무기란 핵탄두와 이를 날려 보내는 운반수단인 미사일을 포함한다. 그런데 북한은 순순히 핵을 내려놓길 주저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끊임없는 대북적대시정책 때문에 자위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핵개발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강변해왔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적대시정책이란 한미동맹을 지칭하는 것이다. 즉 주한미군은 북침을 목적으로 주둔하고 있으며, 한미연합연습은 북침 핵전쟁연습이며,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도 그 목적이라고 선전해 왔다.

과연 북한 주장대로 미국이 북한을 침공한 사례가 있는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미국은 단 한 번도 북한을 공격한 일이 없다. 1968년 북한이 미국의 푸에블로호를 나포하고 승무원을 1년 가까이 억류했어도, 1969년 북한 미사일에 EC-121정찰기가 격추되었을 때도, 심지어 1976년 8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미군장교 두 명이 북한군이 휘두른 도끼에 살해당했어도 북한을 공격하지 않았다. 북한은 자기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미국은 자기들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을 향해 적대정책 운운하는 것은 핵개발을 정당화하려는 명분 축적을 위한 것이다.

통상 북한의 핵개발 목적을 정권과 체제유지용이라 해석들 한다. 그러나 근본 의도는 대남적화전략에 있다. 분단 이후 북한은 단 한순간도 이 전략을 변경해 본 일이 없다. 지금도 노동당 강령에 명시되어 있다. 6·25 남침도 이를 위한 것이었고, 끊임없는 군사력 건설과 핵무기 개발도 대남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북적대정책의 포기 없이는 핵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연합연습의 영구중단을 요구한 데서 그들의 의도를 살펴볼 수 있다. 6·25 남침이 미군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보는 북한 입장에서 대남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해결할 첫 과제는 한반도에서 미국을 떼어놓는 것이다. 한미동맹만 와해시킨다면 그들의 대남전략 목표 달성 여건이 만들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도의 연장선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로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러한 선언이나 협정이 한반도에 평화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1953년에 체결된 정전협정이 6·25전쟁을 멈춰놓은 상태며 법적으로는 현재 전쟁상태라는 점에서 언젠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통해 전쟁의 종식을 선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선언이나 협정체결 전에 북한 핵무기의 완전한 해결 등 평화를 보장하는 실질적인 조치들을 통해 평화상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역사적으로 선언이나 협정이 평화를 보장해 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CVID 실천의지를 확인하고 첫 조치를 취하면 관련 당사국 간 종전을 선언한 후에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찰 등을 통해 검증이 확인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미국과 일본과의 수교, 대북제재 해제 등 CVIG 방식의 체제보장이 이어질 것이다. 남북 간에도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조치들을 통해 실질적인 평화상태를 구축해야 한다.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고한 한미동맹과 군사적 대비태세의 유지다. 평화를 지키는 힘이 있어야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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