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비주류 신태용은 비상할 수 있을까

  • 유선태
  • |
  • 입력 2018-06-13   |  발행일 2018-06-13 제30면   |  수정 2018-06-13
러월드컵 사령탑 신태용
지방대 출신 비주류 감독
“관운좋다” 비아냥거리던
한국축구계 주류를 향해
통쾌한 한방을 날리기를
[동대구로에서] 비주류 신태용은 비상할 수 있을까

2018 러시아월드컵이 14일부터 한달 일정으로 열린다. 우리나라는 1986년 이후 9회 연속 진출하게 됐다. 세계 축구사에서 흔치 않은 대단한 일이다. 성적은 초라하다. 2002년 4강, 2010년 16강을 제외하면 예선 3경기만 하고 돌아왔다. 이번에도 별일은 없을 듯하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16강 진출 실패다. 한국과 함께 F조에 있는 독일, 멕시코, 스웨덴은 강하다. 넘을 수 없지는 않지만 넘기 어려운 벽이다. 우리나라 축구팬 상당수는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참가에 의의를 두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건 최선을 다하는 대표팀의 모습과 깜짝 반란이다. 기자는 여기에다 지역과 연고가 있는, 한국 축구계의 비주류 한 사람의 활약을 관전 포인트에 더했다.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 신태용이다.

영덕에서 태어난 신태용은 대구공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뒤 1992~2004년 성남일화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통산 401경기 99득점 68도움의 기록이 말해주듯 K리그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 중의 한 명이다. 특히 K리그 MVP를 2번 차지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지금까지 K리그에서 MVP를 2번 차지한 선수는 신태용과 이동국이 유이하다. 신태용은 국가대표로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A매치 통산 23경기 3골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신 감독은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신 감독의 지도자 경력은 짧은 데다 어부지리 성격이 짙다. 2009년 성남일화 감독 대행, 2010~2012년 성남일화 감독,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감독, 2017년 FIFA U-20 월드컵 감독 등을 역임했지만 이 가운데 3번은 전임 감독의 중도하차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관운이 좋다”며 부러움 같은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월드컵 대표팀 감독마저도 이 길을 걸었다. 2017년 7월, 월드컵 최종 예선 도중에 경질된 슈틸리케 감독을 대신해 이 자리에 올랐다.

이쯤에서 역대 월드컵 축구 감독의 면면을 한 번 훑어보자. 1986~2014년 11명이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월드컵 진출에 도전했다. 이들 중 8명이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참가했다. 11명 가운데 내국인은 9명인데 고졸인 김호, 최강희 감독을 뺀 7명 가운데 6명이 한국 축구계의 주류인 연·고대 출신이다. 1998년 이후 외국인과 최강희 감독을 제외하면 월드컵에 선수로 참여했던 연·고대 출신이 번갈아 가면서 감독을 맡았다.

신태용의 월드컵 대표팀 감독 선임 소식이 알려지자 축구계는 물론 팬과 여러 언론은 그를 강하게 부정했다. 지난날의 영웅(?) 히딩크를 다시 영입하자는 움직임까지 구체적으로 일어났다. 급기야 히딩크가 어떤 형태로든 한국 축구를 돕겠다는 약속(?)과 함께 감독 고사 입장을 표명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신태용에겐 차라리 수모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배경을 추론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지방대 출신의 비주류다. 국가대표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지도자 경력조차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신태용이 마뜩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태용은 숱한 수모를 겪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잘 견뎌냈다. 그리고 28년간 이어져 온 한국과 월드컵의 인연이 끊어질 위기에서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마침내 23명의 전사들을 이끌고 결전의 땅 러시아로 갔다. 드라마 같은 축구 인생을 걸어온 신태용은 과연 객관적인 평가를 뒤엎고 어제도 오늘도 한국 축구를 과점하고 있는, 자신을 나무 꼭대기에 올려놓고 흔들어 댔던 주류들에게 반전의 한방을 날리고 비상할 수 있을까.

유선태 체육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