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진실과 허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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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3 08:24  |  수정 2018-06-13 08:24  |  발행일 2018-06-13 제26면
[문화산책] 진실과 허구 사이

15년 전 한 이동통신사에서는 “내일은 세상의 ‘틀’이 바뀔 거예요”라는 문구를 통해 위성DMB기술로 텔레비전이 휴대전화 안으로 들어왔음을 암시했다. 광고 내용은 이러했다. 아이들이 동요 ‘텔레비전’을 부르며 20~30인치쯤 되는 TV 크기를 손가락으로 그리는 가운데 유독 한 아이만 손바닥보다 작게 텔레비전을 그리는 장면을 담았다.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세상의 틀 ‘위성 DMB방송’은 지금은 태블릿PC, 휴대전화 등 무선인터넷을 통해 3살 아이도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하는 미디어가 되었다.

지난 6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개최된 투데이스 아트 스페이스 네트워크 세미나(Today’s art space network seminar) 중 포스트디지털시대, 새로운 예술의 경향과 가능성에 대한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의 발제가 있었다. 손가락 터치, 즉 클릭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만드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예술의 가치평가 흐름의 역전과 온·오프라인의 경계 붕괴 등 오늘날 예술계의 동향을 논하였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문가 집단에서 비전문가 집단에 행하던 예술의 가치평가의 틀은 인터넷이라는 파급효과가 가장 크고 빠른 매체를 통해 소비와 향유의 경향을 바꾸어 놓았다. 휴대전화와 무선인터넷만 있다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소통과 공감은 기존의 권위와 또 다른 권위를 넘나들고 있다. 강연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인물사진, 포트레이트(portrait)였다. 과거의 인물 사진은 실재였다.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 인물 사진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일명 셀카 또는 셀피(selfie)라는 인터넷망에 올라온 인물 사진을 보고 1차원적 생각에 그치지 않는다. 발제자는 이를 ‘해석의 관용도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인물 사진을 마주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간의 ‘보정’을 당연시 또는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들을 재편집, 재생산하는 능력이 그 사람의 실력이 되는 시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이제는 그 수명이 더 짧아진 듯하다.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살고 있다. 다소 복잡하고 높은 벽으로 여겨진 가치평가의 체계가 바뀌는 현상은 매체 발달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러나 오롯이 미디어에 편중되다 보면 허구가 진실이 되기도, 진실이 허구가 되기도 한다.

이전부터 미디어 매체들이 존재했던 것처럼 일상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손바닥 안에서 이뤄진 변화들이 달갑지 않아 아날로그를 추억하는 이들도 많다. 많은 정보 속 진실과 허구 사이에서 어떠한 내용을 택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대, 진실과 허구 사이에서 ‘나’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민정<대구문학관 전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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