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어떤 ‘TK’가 되길 바라나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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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2   |  발행일 2018-06-12 제30면   |  수정 2018-06-12
TK가 배출한 수많은 인물
나라 지키고 민족자존 세워
6·13 지방선거 선택 기준도
지역의 앞날을 맡길 수 있는
인물 찾는데 맞춰져야 할 듯
[화요진단] 어떤 ‘TK’가 되길 바라나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3선 임기를 끝내는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퇴임 후 필리핀으로 가 대학에서 특강을 하면서 평소 부족하다고 느꼈던 영어 공부를 병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생 100세 시대에 노정객의 ‘인생3모작’ 준비 소식을 들으며 자연스레 그의 재임 중 성과를 떠올려보게 된다. 잘한 것, 잘못한 것을 세세히 따져보려 했다기보다 지난해 말 ‘경북정체성 백서’ 발간 소식을 다시 떠올렸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의 재임시기에 도청 이전 등 굵직한 사업이 있었지만 필자는 대구·경북이 어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지 보여준 것은 그 무엇보다 꼭 필요했던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다. ‘경북정체성 백서’라고 하지만, 실상 그것은 대구를 포함한 ‘TK의 DNA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역사상 대구와 경북이 한 몸이었던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 아닌가.

‘백서’는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대구·경북에 대해 조목조목 상세히 알려준다. TK가 반만년 한반도의 역사에서 얼마나 위대했던가를. 가장 힘없던 신라가 한반도를 통일해 천년의 왕국을 열었고, 일제강점기 조국 독립을 위해 몸을 바친 경북의 독립유공자 수는 얼마나 많았던가. 심지어 인구 16만명의 작은 도시 안동과 1천만명이 사는 서울의 독립유공자 수가 비슷하다. 6·25전쟁 때는 낙동강 방어선이 구축되어, 풍전등화 같은 나라를 구해냈다. 조국 근대화의 중추가 되었던 새마을운동도 경북에서 태동했다. 대한민국 변혁의 변곡점에서 TK는 언제나 행동했다.

그런 TK가 최근 길을 잃은 모습이다. 정치 리더들의 침몰이 TK 사람의 기를 죽여놓았고, 지역은 어느새 정치적으로 외로운 섬으로 비춰지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TK 스스로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지 세상에 드러내게 될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전국 단위 선거인 ‘6·13’은 문재인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의 장이지만, 오늘(12일) 열리는 이른바 ‘세기의 이벤트’로 불리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그 의미가 많이 가려지긴 했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 표심이 예전과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면서 전국적인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지난 7일까지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한국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고 여겨지던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여러 지역구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것이 배경이다.

결국 TK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TK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국정운영 동력을 한층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좀처럼 아성을 내주지 않았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다시 TK 수성에 성공하며 현 정부의 견제세력으로 보다 힘을 키우게 될는지….

부분적으로, 그 답은 TK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TK가 배출한 수많은 인물이 나라를 지키고 민족의 자존을 세웠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TK 유권자의 선택 기준도 ‘인물’을 찾는 데 맞춰져야 할 듯하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진정 유능하고 겸손한 지도자상을 가진 사람들은 선거에 나서지 않는 대신, 나서서는 안 될 사람들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판을 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잘못된 정보나 분위기에 이리저리 휩쓸려 자칫 최악의 결과를 내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대구·경북의 진정한 공복으로서, 지역의 앞날을 맡길 수 있을 것인지 한 번 더 고심해 봤으면 싶다. 패배감에 젖어 귀한 한 표를 포기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TK의 선택에 박수를 보낼 터이다. 그것은 수많은 아픔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려는 TK의 당당한 외침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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