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성공적, 공약 100% 이행 보람…기숙형 중학교 많이 못 만든 것 아쉽다”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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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2   |  발행일 2018-06-12 제29면   |  수정 2018-06-12
이영우 경북도교육감-9년 임기를 마치며
20180612
11일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은 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영남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명품경북교육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교육자와 학생·학부모·지역사회가 하나 된 뜻을 갖고, 9년을 함께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재임기간 특색있는 교육정책 추진
학생활동중심수업·동아리활성화 등
창의력·감성·인성교육 강화에 노력

취업 중심 현장맞춤형 교육으로
경북지역 특성화고 취업률 67.7%
교실수업개선실천사례 연구 등
각종 시·도 평가서도 좋은 성적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은 2009년 4월 첫 직선제로 치른 보궐선거에서 초대 민선교육감으로 당선된 뒤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 교육감은 ‘명품 경북교육’을 비전으로 학생에게는 희망을, 학부모에게는 만족을, 교직원에게는 보람을, 도민에게는 감동을 주는 경북교육 실현을 목표로 달려왔다. 스스로 경북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자부하는 이 교육감을 11일 만나 9년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9년간의 재임을 마치고 교육계를 떠나는 소회는.

“교육감으로 취임하면서 ‘교육은 희망을 현실로 바꿔 가는 원동력’이라 했던 2009년 당시 취임사의 한 구절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처음 교육감이 되었을 때는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정말 많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교육정책 중 옥석을 가려, 좋은 것은 더 장려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과감하게 없애는 등 부단히 노력했지만 늘 시간이 부족했고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진짜 경북교육에 좋은 정책은 어떤 것일지 많이 고민했고, 수많은 교육전문가·학생·학부모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고민했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달려왔고 이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참 잘한 것도 많지만 너무나도 아쉽고 부족한 부분들도 눈에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저와 경북도교육청을 믿고 도와주신 경북도민과 학생·학부모·교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7월 부임할 새 교육감께서는 더 잘해 낼 것이라고 믿고 9년간의 교육감직을 감사한 마음으로 내려놓을까 합니다.”

▶경북 교육을 이끌면서 아쉬웠던 점은.

“소규모 학교 교육여건 개선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경북은 상대적으로 지역이 넓고 학생 수도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형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소규모 학교가 많습니다. 소규모 학교는 복식수업이 불가피하고 적정 규모 또래집단이 없어 학습동기가 저하되어 교수·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 체육대회·동아리 활동 등에서 다양한 교육과정 편성이 어려워 교육활동과 학습지도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농어촌 거점별 우수중학교 지원·작은 학교 가꾸기, 농어촌 전원학교 육성 등을 통해 통·폐합 대상 학교를 살리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완벽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경북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숙형 중학교 설립을 추진해 영천·의성·김천·봉화·안동 등에 5개 기숙형 중학교를 개교시켰지만 더 많이 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예산상의 한계로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지 못한 점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3선 교육감을 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1973년 9월부터 교사·장학사·교감·교장 그리고 도교육청 장학관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시·도 평가는 늘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교육감이 된 이후 각종 시·도 평가에서 좋은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경북의 교육자들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2017년 제19회 전국교실수업개선 실천사례 연구발표대회에서 20편이 입상했습니다. 또 2000년부터 17년 연속 전국 최고 성적이라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자랑스럽고, 밤낮없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고생한 교사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등이 주관한 ‘2018 전국 교육감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가장 높은 SA등급을 받은 것도 큰 보람입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교육감 공약을 분석한 결과 경북도교육청은 민선 3기 교육감 공약 5대 분야 50개 사업 60개 실천 과제 공약을 2017년 12월 기준 100% 이행한 것입니다.”

▶특성화고 정책이 성과를 거뒀다고 하는데, 그 비결은.

“요즘은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경북도교육청은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취업활동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자평합니다. 경북도교육청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게 학교장이 직접 기업체를 발굴할 수 있도록 특별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1년부터 해외취업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현장학습을 적극 추진해 해외취업의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6개국(호주·싱가포르·미국·중국·네덜란드·베트남)에 157명의 학생이 취업했습니다. 또 2014년부터 ‘성공취업! 프로젝트’사업을 3대 특색사업으로 선정하고,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적재적소에 적극적 지원 체제를 구축해 왔습니다. 마이스터고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 49개 마이스터고 중 경북이 5개교로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마이스터고는 졸업생이 배출된 2013년부터 97% 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하는 등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고 있습니다.”

▶재임기간 경북교육만의 특색있는 정책이 있었다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학생활동중심수업을 꼽고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 스스로 배움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경험을 나누고 생각을 표현하며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1만 동아리활동 활성화 사업도 있습니다. 동아리활동은 학생들이 즐겁고 주체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사회성과 재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학교폭력은 줄고, 학교 생활은 즐거워집니다.

고졸 희망시대를 견인하는 ‘경북 직업교육! 프로젝트’사업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취업 교육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취업중심 특성화고 육성·현장맞춤형 직업교육 강화·취업집중지원 시스템 등으로 취업률을 높였습니다. 지난해 경북지역 특성화고 취업률을 67.7%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 밖에도 명품 경북교육을 위해 1학교 1예술동아리 활성화, 1인 1악기 운영, 꿈·끼 1만 동아리 운영 등 감성·인성교육을 강화해 왔습니다. 또 자유학기제 운영·발달 단계별 맞춤형 진로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배움이 즐거운 교육과정을 운영해 학생이 꿈을 키우는 교육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완벽히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이 아쉽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새로운 교육감이 더 좋은 경북교육을 만들 것이라 믿습니다.”

▶퇴임 후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이제부터는 경북도교육감이 아니라 경북교육의 발전을 위한 밀알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동안의 공과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그래서 저만의 국토대장정을 생각 중입니다.

오는 9월부터 3개월 일정으로 부산을 출발해 서울까지 걸어서 가볼까 합니다. 요즘은 국토대장정에 대비해 하루 2시간씩 7~8㎞를 걷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반대합니다. 고령에 뭐하러 사서 고생하냐고. 차라리 여유있게 여행이나 다녀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저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45년간 교육자로서 내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반성의 시간을 갖기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북도민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지난 9년 도민들의 적극적 관심과 노력 덕분에 경북교육을 한단계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교육감이 더 나은 경북교육,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북교육을 반석 위에 올려 놓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교육의 출발은 인성교육이고, 인성교육의 시작은 가정입니다. 가정에서 이뤄진 기본적인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학교와 지역 사회가 상호 협력해야 올바른 인재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인재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보편·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들어가는 사람입니다. 학교만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인 학생·학부모·교직원과 지역주민·지방자치단체가 합심해야 4차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다 같이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글·사진=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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