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쏘리 보수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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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1   |  발행일 2018-06-11 제31면   |  수정 2018-06-11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번 지방선거를 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샤이 보수’이다. 샤이(shy)는 ‘수줍어하다’는 뜻으로,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고, 여론조사 전화에 응대하지 않거나 응대하더라도 지지성향을 숨기는, 이른바 숨은 표심이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덜 반영된 현상을 지칭하는 ‘샤이 트럼프’에서 유래했다.

드러나지 않는 샤이 보수는 전국 어느 지역에나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특히 대구·경북에서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되는 것은 이 지역의 전통적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그 샤이 보수층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전체 유권자의 20% 이상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작금의 지역 정서가 급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하일 수도 있고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샤이 보수층이 두껍고 이들 대다수가 투표장으로 간다고 가정하면 투표 결과는 현재의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한국당은 지금 이 샤이 보수층을 믿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만만찮다. 지금 상황에서는 샤이 보수가 아니라 ‘쏘리 보수’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부끄러워 하는 게 아니라 미안해하는 쏘리(sorry) 보수가 적확한 표현이라는 것.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과 구치소로 간 것은 이 지역민 때문은 아니다. 그럴지라도 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한 데 대한 부채감이 없을 수 없고, 젊은 세대에 해준 것 없는 기성세대들의 반성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전처럼 특정 보수정당에 대거 투표하는 충성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샤이 보수들이 이제는 쏘리 보수들로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민주당이 대구·경북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유의미하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만, 지금까지 선례에 비춰볼 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있다”고 7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되는 현실이 과연 민주당에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여론조사와 투표결과가 일치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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